어떤 아티스트를 소개할 때 가장 안 좋은 방식이 바로 ‘누구의 딸’ ‘누구의 동생’이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씨를 설명할 때는 오빠인 조동진과 조동익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뭇잎 사이로’를 부른 포크음악의 대부 조동진과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함께 불후의 명반 〈어떤 날〉을 낸 조동익이 그녀의 친오빠이다. 그녀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에 상영된 〈육체의 고백〉을 연출한 고 조긍하 감독의 딸이기도 하다.

큰 나무 아래에서 그늘이 길었다. 포크의 전설이 된 두 오빠 사이에 가려져 있던 그녀는 서른여덟인 2011년에야 데뷔했다. 그녀는 “작은 오빠(조동익)가 ‘이제 너도 음반을 낼 때가 된 것 같다’며 음반사 푸른곰팡이의 대표를 찾아가라고 했다. 푸른곰팡이는 1990년대 오빠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을 잇는 곳으로, 2011년에 결성되었다. 거기서 새 앨범 〈비둘기〉를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조동희 제공싱어송라이터 조동희씨가 드라마 <시그널> OST로 부른 ‘행복한 사람’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앨범을 내기 전에는 주로 작사가로 활동했다. 나윤선·장필순·조규찬·김장훈·이효리·김정민 등의 앨범에 작사가로 참여했다.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가 바로 그녀가 작사한 곡이다(그녀는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라는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다). 작사가로 활동하던 때에 대해 그녀는 “사람들은 가사를 주는 게 아깝지 않았냐고, 얼마나 노래를 부르고 싶었냐고 묻는데 그렇지 않다. 가사를 쓸 때 가수가 부르는 것을 상상하며 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가수 데뷔가 늦어진 것은 딸을 낳고 연년생으로 아들 쌍둥이를 낳으면서 육아에 전념해야 했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는 동안 짬을 내 곡을 썼다는 그녀는 “전쟁터에서 시를 쓰는 기분이었다. 음악에 대한 절실함이 이때 생겼다. 시간 안배를 정말 칼같이 했다. 이때 곡을 많이 써둬서 지금 자산이 되었다. 아이들 키우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너그러워졌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바꾼 노래의 결

그런 그녀의 음악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세월호 참사였다. 말로, 요조 등 선후배 가수들과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음반 〈다시 봄〉을 내고 콘서트를 열었다. 희생자들을 위해 ‘작은 리본’이라는 곡을 쓴 그녀는 “그전에는 사회나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내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생각이 드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2주기에 맞춰 추모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그녀의 음악은 올 들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1월 가수 한대수씨와 함께 싱글 앨범 〈사계절〉을 발표했는데 문학평론가 함돈균씨는 이 음반에 대해 “조동희의 〈사계절〉은 ‘다른 시간’을 향한 기도다”라고 평했다. 화제의 드라마 〈시그널〉에 그녀가 부른 ‘행복한 사람’이 타이틀 곡 중의 하나로 쓰이면서 조용한 반향이 일고 있다. ‘행복한 사람’은 30년 전인 1976년에 오빠 조동진이 불렀던 곡을 편곡한 것이다. 그녀는 또 〈응답하라 1988〉 덕에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서울 종로 ‘반쥴’ 카페에서 진행하는 ‘반쥴콘서트’ 첫 주자로 3월16일 무대에 오른다. 올가을에 음악과 미술, 문학을 융합한 인문학 콘서트도 진행할 예정인 그녀는 “젊을 때는 오빠들 이야기를 피했다. 비교되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길을 가고 있어서 무던해졌다. 오빠들은 여전히 존경하는 뮤지션이고 나는 나대로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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