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평화운동가를 향한 반테러법


반테러법 있어서 테러가 없어지면 참 좋겠네

 

지난 1월 말 미국·독일·일본·캐나다 4개국의 주중 대사들과 유럽연합(EU) 중국 대표단 단장인 한스디트마르 슈바이스거츠가 궈성쿤 중국 공안부장 앞으로 서신 한 통을 발송했다. 여러 국가 대사가 공안부에 연명으로 서신을 보내는 건 매우 드문 경우다. 이유는 지난해 12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반테러법·사이버안보법·해외비정부기구(NGO)관리법 때문이다. 이 법안들이 3월5일부터 열리는 전국인민대회에서 정식 통과될 예정이라 중국 정부에 사안의 엄중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이 보낸 서한에는 “반테러법의 정의가 다소 모호해 비폭력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행위도 테러 범죄로 규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들은 특히 사이버안보법과 관련해 중국이 해외 기업들의 현지 데이터 및 비밀 암호 등을 요청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Xinhua2015년 12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왼쪽)에서 반테러법, 사이버안보법, 해외비정부기구관리법 등이 통과되었다.

이들 국가들도 모두 반테러법이 있는 나라이다. 미국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각국 주재 대사관을 수시로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나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는 정보기관의 요청에 따라 각 나라 정상을 비롯한 대표단의 전자우편·전화·컴퓨터 접속기록 등을 도·감청했다. 캐나다도 최근 오타와 테러 이후 반테러법을 대폭 강화했다. 이들 나라에서도 반테러법의 정의가 모호하기는 중국이나 매한가지다. 중국이 이른바 ‘슈퍼 반테러법’이라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반테러법을 제정했지만 이들 국가 역시 중국을 탓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국의 주중 대사들이 서신을 보낸 이유는 자국 대사관도 중국 반테러법에 노출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워싱턴 주재 각국 대사관은 물론 유엔 사무실에도 감청장치를 설치했고 주요 요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독일 주재 미국 대사관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도·감청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 대사관도 각국의 반테러법에 따른 도·감청 대상이 될 수 있고, 이제는 반대로 우리가 만든 테러방지법에 따라 한국에 있는 각국 대사관 또한 도·감청 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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