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박물관 보는 법>황윤 지음손광산 그림유유 펴냄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여섯 번이나 장소를 옮긴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식민지 시절 박물관 두 개의 맥락을 잇는다. 하나는 조선왕조 마지막 임금 순종이 만든 이왕가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일제가 만든 조선총독부박물관이다. 순종은 우리 문화재가 일본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값을 더 높이 쳐서 사주었다.

식민지 시절 최고의 문화재 수집가로 꼽혔던 인물은 간송 전형필이다. 그런데 조선에서 전기 사업을 했던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는 전형필보다 10배의 돈을 더 들여 우리 문화재를 사들였다. 그가 모은 우리 문화재는 ‘오구라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도쿄 국립박물관 5층 ‘조선 반도의 문화’관에 전시되어 있다. 오구라가 우리 문화재를 모은 이유는 ‘한국과 중국을 보면 일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인들은 고려청자와 고려시대 불화 수집에 집중했는데, 전형필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조선 백자와 조선시대 서화 수집에 집중해 나중에 이런 문화재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전형필을 비롯한 근대의 소장가는 만석꾼, 세도가나 기업가 그리고 의사와 같은 전문가 등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부를 축적해 어떤 유물을 모으고 이 유물들이 이후 어떤 박물관으로 전달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보는 눈도 달라질 것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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