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무대는 즉흥적이다. “자 이제 무대에 올라볼까?” 하고 형님이 앞에 서면 “그래 볼까요?”라며 동생은 뒤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합을 맞춰둔 것이 있긴 하지만 금세 궤도에서 벗어난다. 몸짓이 앞서면 소리가 따라가고 소리가 격정적으로 치고 올라가면 몸짓이 이에 호응한다. 애절한가 싶으면 격정적이 되고 격정적이었다가 다시 느긋해진다.

마이미스트 유진규씨(64)와 대금연주가 석자연씨(57)는 33년간 호흡을 맞췄다. 1983년 ‘아름다운무대’를 시작한 이들은 33년째 이 무대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중국 순회공연을 진행 중이다. 공연마다 중국인 관객 300~500명이 찾아와 이들의 공연을 보며 한국 음악과 몸짓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12월17일에는 저장성 원저우(溫州) 대학에서, 12월18일 저장성 닝보(寧波)의 차회소에서, 12월20일 후난성 창사(長沙)에서, 12월28일 윈난성 시솽반나(西雙版納)의 나징 소학교에서 ‘아름다운무대’를 열었다. 1월10일에는 윈난성 나무지 학교를 방문해 공연하고 1월12일에는 윈난성 쿤밍(昆明)에서 마지막 공연을 연다.

매 공연 중국 관객들이 이렇게 많은 것은 공연이 끝나고 차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석자연씨는 중국에서 이름난 평차사(차의 등급을 감별하는 사람)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이 그와 차를 마시고 싶어 한다. 공연을 보고 차를 마신 중국인들이 다시 초대하면서 공연 지역이 늘어나 이번에는 10여 곳에서 공연했다. 대부분 현지 중국인들이 무대를 준비하고 공연이 끝나면 석씨가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유랑차회’ 순서로 진행된다. 석씨는 “중국 관객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데 중국의 SNS 서비스를 활용했다. SNS를 통해 소통하며 활동을 알렸더니 소문이 나면서 관객이 많아져 이제는 안정적으로 자리가 잡혔다”라고 말했다.

ⓒ석자연 제공마이미스트 유진규씨(오른쪽)와 대금연주가 석자연씨.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예술가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곳은 바로 무대”

‘아름다운무대’가 지향하는 바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석씨는 “1980년대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 토요일마다 공연했다. 물론 그때는 국내에서 했다. 이 무대에 조각가 신종택, 전통음악가 권재은, 화가 고 주재현 등이 객원 멤버로 함께했다. 중국의 현대무용가 진싱도 이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는 것으로 줄었고 내가 상하이로 이주하면서는 1년에 한 번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33년간 함께 공연을 했으면 지겨울 법도 한데 둘은 공연을 앞두고 늘 설렌단다.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석씨는 “매번 무엇을 새로 선보일지 얘기를 나눈다. 이번에는 중국 현지 예술가들이 같이 무대에 올라서 색다른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신진 예술가를 초빙해 그들과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마이미스트 유진규씨는 오랫동안 춘천 국제마임축제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한국 마임 1세대에 꼽히는 그는 춘천을 마임의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춘천시 공무원들의 간섭이 늘자 예술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에게 ‘아름다운무대’는 치유의 무대다. 유씨는 “예술가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무대다. 공연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 무대를 이어갈 것이다. 4월23일에는 33주년 기념 공연을 윈난성 다리(大理)에서 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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