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미학 노트
이광석 지음, 현실문화 펴냄

19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것은 대형 걸개그림이다. 지금은 어떨까? 저자는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씨를 찾아가는 ‘희망버스’나 부평의 콜트콜텍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과 함께 ‘스(squat:공간 점유)’하는 ‘예술행동’이 바로 우리 시대 민중미술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화가의 작업실을 흔히 아틀리에라고 한다. 저자는 우리 시대의 아틀리에는 불행과 사고가 넘쳐나는 사회 현장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회가 예술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속에 침투하고 예술과 하나가 된다. 변경에 몰린 군상들이 오른 옥상, 망루, 철탑, 굴뚝 위가 바로 예술의 장소가 된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예술행동은 서구의 ‘액티비스트 아트(행동주의 예술)’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고 1980년대 민중미술과도 궤를 같이한다. 그런데 다른 측면이 있다. 하나는 예술이 단순히 정치 선전의 도구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항성이 현실을 즐기는 독특한 감수성으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이념 지향적 행위가 아니라 ‘억눌린 자, 못 가진 자, 빼앗긴 자들의 파티’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
파비엥 톨메 지음, 이효숙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책 제목은 저자가 다운증후군 딸에 대해 마음속으로 했던 얘기다. 다른 장애아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도 자신의 아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저자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는 다운증후군 징후가 보이는 둘째 딸을 안아보지도 못했다. ‘내 아이’라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도 원망스럽고 아내도 원망스럽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다른 부모들마저 원망스러웠다고 고백한다. 다운증후군 딸을 낳기 전까지 저자도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임신 기간 엄마가 관리를 잘 하지 못해서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장애아와 사는 일은 자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상의 일이라고 여겼다. 모험가인 그는 자녀가 자신의 족쇄가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어른이 된 다운증후군 딸을 데리고 다니는 자신을 상상하며 환멸을 느꼈다. 심지어 아이가 심장수술을 이겨내지 못하도록 바라기도 한다.
변화는 서서히 일어났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추억, 큰딸이 동생을 편견 없이 대하는 모습,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통해 다운증후군 딸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과정을 덤덤하게 만화로 담았다. 예상치 못한 불행에 대처하는 법을 생각해보게 된다.

 

 


 

바람의 맛
김유경 지음, 이야기꽃 펴냄

아이들 그림책인데 어른도 슬쩍 엿볼 만하다. 간장과 된장, 감자떡, 장아찌, 곶감, 도토리묵, 홍어, 김장김치에 대해 어떤 음식인지 설명해주고 만드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준다. 어른도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며 읽고, 덤으로 전통음식 레시피도 얻을 수 있다.

 

 


 

이매진 주빌리
양희송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부채를 탕감해주고, 노예를 해방시켜주고, 토지를 반환한다.’ 이스라엘의 ‘희년(禧年)’ 전통이다. 7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안식년’을 일곱 번 반복한 뒤에 맞는 50년째 되는 해가 바로 ‘희년’이다. 저자는 ‘헬조선’을 유토피아로 ‘리부트’하기 위해서는 이 희년사상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숨은 노동 찾기
최규화·정윤영·신정임 지음, 오월의봄 펴냄

세 명의 르포 작가가 학교급식 조리원, 장례지도사, 요양보호사, 톨게이트 수납원 등 우리 사회의 숨은 노동자들을 만났다. 개인사를 들어보고 그들이 어떤 노동을 하며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의 현실’을 냉정하게 전달했다.

 

 


 

지도 위의 인문학
사이먼 가필드 펴냄, 김명남 옮김, 다산초당 펴냄

지도의 역사는 상상력의 역사다. 옛사람들은 가보지 않은 곳의 지리를 그리고 설명했다. 그렇게 엉망인 지도를 왜 그리고, 그 지도를 왜 사랑했는지를 물으며 저자는 지도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도의 역사는 바로 인간 호기심의 역사라며 지도를 통해 인간을 들여다본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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