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구인(求人)이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지난 12월21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세력화 구상을 밝혔다. 2016년 2월까지 구체적인 당의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일정도 이날 처음 발표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문병호·김동철·황주홍·유성엽 의원이 나란히 배석했다.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 작업을 함께했던 인사들에 대해서는 “서로 얘기 나누고 충분한 교감을 한 후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세를 규합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안철수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간의 눈길은 먼저 제1야당에서 누가 합류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느냐를 세력화 성공의 잣대로 삼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현역 의원만큼 중요한 이들이 ‘옛 안철수의 사람들’이다. 과거 안 의원은 두 차례 정치 결사체를 꾸린 바 있다.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꾸린 ‘진심캠프’와 2014년 초 새정치연합 창당을 위해 만든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다. 그러나 2014년 3월 민주당과의 합당 이후 이 가운데 일부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지 않고 안 의원과 결별했다. 소수의 측근만이 네 번의 정치적 기로(2012년 대선 출마, 2014년 창당, 2014년 합당, 2015년 탈당)에서 함께했다.

ⓒ시사IN 조남진안철수 의원(가운데)이 12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탈당한 황주홍·문병호·김동철·유성엽 의원(왼쪽부터)이 함께했다.

지금 창당 실무단을 이끌고 있는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 홍석빈 전 민주정책연구원 부소장, 박인복 전 새정치민주연합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김경록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 이수봉 전 민주노총 대변인 등이다. 이들은 탈당을 고민하던 시점부터 이미 모임을 만들고, 옛 새정추 그룹의 재결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여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4일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탈당 직후 전화 연락이 왔다. 탈당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21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의 한 측근은 “단계적으로 새정치의 비전을 보여준다면 (합당 당시 함께하지 못한 이들도)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5년 12월30일 윤장관을 만났으며 1월2일에는 김성식 전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 측이 ‘옛 동지’에 민감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번 창당은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 당시와 비교할 때, 지향점과 목표 진영이 유사하다. 거대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을 겨냥해 ‘제3지대’를 노리는 점이 같다. 그러나 제1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큰 이들, 특히 호남 지역 인사들은 당시 안 의원의 합당 결정에 크게 반발하며 거리가 멀어졌다. 신당이 노리는 지역이나 지지 기반을 감안하면 실망한 ‘옛 동지’를 되돌리는 것이 신당의 우선적인 살길일 수밖에 없다.

제1야당 탈당은 3자대결을 각오한다는 뜻

그러나 ‘안철수의 사람들’이 재결집하려면 몇 가지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내일’과 ‘새정추’에 합류했던 한 호남 인사는 “탈당한 건 잘했다는 의견이 많지만, 호남 현역 의원 중심으로 당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관망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호남의 ‘제3지대’에서는 호남의 현역 의원들 역시 타파해야 할 기득권으로 평가받는다. 당장은 현역 의원 일부를 끌어들이는 게 현실적인 선택일지 몰라도, 창당 과정에서마저 이들이 주축이 된다면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새정치’라는 구호도 좀 더 명확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더 선명한 지향점을 제시해야 합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여준 전 장관 역시 “이번에 뭘 내놓느냐가 중요하다. 지난번 당내 혁신안처럼 단순히 제도 개선에 머무르면 안 된다. 국가 권력 전반에 대한 재편까지 구상해서 내놓아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2016년의 ‘새정치’를 뚜렷이 보여주지 못한다면 세력화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눈앞에 닥친 총선도 ‘결집’의 걸림돌이다. 총선은 승자독식제다. 2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치인으로서는 제1야당의 공천이 확정되기 전에 안철수 신당에 발을 내딛는 것은 모험과 다름없다.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선거 연대는 없다”라고 안 의원이 못을 박은 상황에서 제1야당 탈당은 곧 3자대결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호남에서는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회의’와도 지지층이 일부 겹친다. 탈당 직후 20% 가까이 치솟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연합뉴스새정치민주연합 권리당원들이 12월17일 당원 2000명 동반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매듭은 결국 안철수 의원 본인이 풀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CEO형 리더십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온 안 의원이 ‘정치적 동지’를 얻기 위해 어떤 스킨십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안철수 의원의 리더십은 기대 이하였다. 대선 후보는 사퇴했고, 신당은 도중에 포기했다. 제1야당의 공동대표까지 올랐지만, 영예롭지 못하게 물러났다.

긍정론자들은 오히려 리더십을 평가받을 만한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현실 정치를 겪으면서 안 의원의 스타일도 유연하게 바뀌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은 현재 남아 있는 안 의원의 측근도 소수에 불과한 점을 들어, 확장성의 한계를 지적한다. 과거 안철수 개인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냈던 이들마저 이제는 안 의원이 다시 ‘설득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안철수 의원 측은 신당 창당이 ‘잠시 멈춰 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창당은 잠시 멈춰 있던 게 아니었다. 2014년의 신당과 지금의 신당은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 ‘안철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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