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스 입당’의 끝은 처참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사진)은 11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참석했다.

참여정부 인사가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를 찾았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이유도 기가 막혔다. 지난 8월27일 팩스로 새누리당에 입당 원서를 제출해놓고 이후 재보선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해당 행위’ 논란이 제기된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게 새누리당은 결국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3개월에 걸친 김 전 원장의 시소 타기는 막을 내렸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시절, 정보요원들을 상징하는 말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양지가 ‘권력’이었다는 것, 그리고 사실상 양지에서 양지만을 지향해온 국가 정보기관의 장이 그 양지를 잊지 못해 무리수를 두다 끝내 음지로 향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건 씁쓸했다.

설마 지금 이 자리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니까 양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지?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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