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수 전인권씨는 페이스북에 푹 빠져 있다. 매일 글을 남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링크한다. 구어체인 그의 글을 읽으며 사람들은 마치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후배 뮤지션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한다. 새로 낸 싱글 앨범 〈너와 나〉에는 윤미래·타이거JK·자이언티 등 자식뻘 되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환갑을 넘긴 그가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철들었다’이다.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다섯 번이나 수감되고 정신병원에도 1년6개월 정도 입원했다. 그사이 이혼과 각종 설화를 겪었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부활했다. ‘회복탄력성’에서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굴곡진 인생에 대해 그는 “마약·이혼·정신병원·감옥은 알려졌는데, 사실 카지노에서 사고 친 적도 있었다. 필리핀에 도망갔을 때는 현지인들이 뱀 잡아준 걸 먹고 연명하기도 했다. 뭐든 나쁜 것이 궁금하면, 나한테 물어보면 다 알려줄 수 있다. 그렇게 넘어질 때마다 음악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라고 답했다.

2012년 지산록페스티벌은 그의 부활을 알리는 무대였다. 그전까지 그는 노래가 안 되는 가수였다.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가수는 관객을 안심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노래가 하고 싶은 대로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상태가 안 좋다며 공연마다 핑계를 댔다. 완전히 망가진 공연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다시 노래가 제대로 되니까 ‘이 자리는 내가 울어도 되는 자리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요즘은 실력에 가속도가 붙어서 훨씬 나아졌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윤무영전인권씨(위)가 새로 낸 싱글 <너와 나>에는 윤미래·자이언티 등 젊은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뒤에 그는 다시 노래 공부를 시작했다. 40년 동안 기초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고 판단한 그는 독학으로 음악 공부를 다시 했다. 목표는 ‘버릇을 없애는 것’이었다. 좋은 음악은 무조건 따라 해보면서 들었다는 그는 “내 나이에 새로 태어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과 연관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기억해보았다. CD를 2000장도 더 들은 것 같다. 글 쓰는 사람이 책 많이 읽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이한 창법이 나오면 따라도 해보았다. 어느 눈 오는 날 마당에서 ‘데스페라도’를 부르는데 스스로 ‘정말 내가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자신감을 회복했다”라고 말했다.

“조용필이 실력을 남겼다면 나는 정신을 남겼다”

전인권의 부활은 젊은 세대의 지지 때문에 가능했다. 〈바운스〉로 역시 젊은 세대 팬들을 만들어낸 조용필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더니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옛날에는 조용필을 적으로 생각했다. 처음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들으며 실력이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우리와 지향점이 너무나 달랐다. 지금은 인정한다. 컨트리를 록으로 만든 이글스처럼 우리 가요를 정교한 음악으로 발전시킨 업적이 있다. 요즘 콘서트할 때면 그의 노래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나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른다. 여기에는 존경의 의미도 담겨 있다.”

내친김에 조용필과의 비교도 부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용필은 실력을 남겼고 전인권은 정신을 남겼다고. 나는 베트남전에 반대하고 히피들에게 동조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유로운 록의 정신을 전했다. 사람들이 CD를 사면 조용필 것을 사겠지만 티셔츠를 사면 아마 전인권이 그려진 것을 살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내 음악을 할 것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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