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겁도 없이 자전거를 끌고 출퇴근길에 나섰다. 처음에는 40분쯤, 지금은 20분 정도 걸린다. 창경궁과 창덕궁을 둘러싼 보행로 겸 자전거 도로를 특히 좋아한다. 거리는 물론 길의 운치와 풍경까지, 자전거 출퇴근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코스다. 지난달에는 서울 근교로 자전거 여행도 다녀왔다. 평소에는 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총길이가 한 뼘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운동복을 입고 도시락도 쌌다.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팔당역에 가서 송촌리까지 전용도로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다시 팔당역으로 돌아와 전철을 탔다.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 지점에서 그냥 밖으로 나와 다시 자전거로 집까지 왔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이날 적어도 40㎞를 자전거로 달렸다.

내게 이것은 ‘사건’이다. 너무 대단해서 두고두고 호들갑을 떨며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일이다. 어릴 적부터 자전거를 탔거나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탈 줄 모른 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자전거에 대해 느끼는 신비와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주일에 세 번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저 두 바퀴로 된 기구가 넘어지지 않고 땅 위를 굴러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 위에 내가 타고 달릴 수 있다는 건 더욱 놀랍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그 순간에도 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남들은 어릴 적에 다 배운다는 자전거가 내게는 다른 세상의 물건이었다. 겁이 많고 운동신경도 둔해 그만큼 몸을 움직이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배울 기회도 별로 없었다. 가난해서 항상 바빴던 부모님은 자전거를 가르쳐줄 만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십대 시절에는 학교 체육 시간을 증오했다. 몸을 단련하는 즐거움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기합을 받으며 괴롭힘을 당하고 군대식 규율을 익히는 시간이었으니까. 게다가 내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운동의 즐거움은 낯설기 짝이 없는 것, 오히려 금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것을 더욱 질색하는 어른으로 자라났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난나〈/font〉〈/div〉 〈a target=


지난여름 잠깐 스친 바다에서 파도를 맞으며 내가 꿈꾸었던…

서른이 되기 직전 동네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한 건, 직장 생활을 계속하려면 최소한의 체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큰맘 먹고 시작한 운동은 흐지부지되기 일쑤. ‘의지력 약하고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게으른 나’를 자책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스윙댄스를 만나고 춤뿐 아니라 운동의 즐거움도 함께 알게 된 게 천만다행한 일이다. 조심스레 도전해본 자전거에서 ‘성공’을 맛본 건 더욱.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때의 쾌감, 땀으로 푹 젖은 몸을 스치는 바람이 주는 황홀함, 그런 상태에서 들이켜는 맥주 맛의 전율. 춤을 통해 맛본 운동의 즐거움이 자전거를 통해 두 배가 되었다. 체력이 좋아진 건 당연한 일이고, “나는 원래 운동을 못한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편견과 콤플렉스도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다. 한 번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공을 맛보자 다른 것에도 쉽게 용기와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넘어져서 다치면 어때, 일어나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하면 되지!

남들은 어릴 적에 다 배운다지만 나는 못하는 운동이 또 하나 있다. 자전거를 타기에 더없이 좋은 이 계절이 지나고 나면 그 운동에 도전해보려 한다. 바로 수영이다. 물에 뜰 줄도 모르는 주제에, 지난여름 잠깐 스친 바다에서 세차게 치는 파도를 맞으며 마음에 또 하나의 욕망을 품었다. 이번 겨울에 수영을 배우고, 내년 여름에는 서핑에 입문하고 싶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해보지 않은 것을 두려워만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운동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됐으니까.

기자명 김숙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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