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의 ‘탄생’

‘메갈리안’… 여성혐오에 단련된 ‘무서운 언니들’

여성 향한 외침, “왜 넌 날 사랑하지 않는 거니”


 
요즘 주변에서 “우리가 어쩌다 이 꼴이 됐지?” 하고 자탄하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 사회가 팍팍해지면서, 남자와 여자들의 언어도 거칠어졌다. 이번 작업에서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메르스갤러리(메갤)’의 언어를 들여다보았다. 데이터의 노이즈를 걷어내고 핵심 구조만 바라보니, 남은 것은 혐오보다는 연민이었다.

그간 일베 폭력성의 핵심이 주로 조롱과 조소였다면, ‘여성혐오’ 담론에서는 유독 분노가 두드러졌다. 자못 마초적인 관심사와 인식, 그리고 내재된 폭력성을 걷어내고 나서 마주한, 여성에게 보내는 외마디 외침은 이런 것이었다. “넌 날 왜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니.”

대한민국 수컷의 분노에는 남자의 상향혼을 가로막는 경제 문화적 현실이 배경으로 자리한다(반대로 여자의 계층 내 결혼, 상향혼 선호 경향이 뚜렷하다). 수컷이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격언에 묶여 있을 만큼 용기와 깜냥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암컷이 스펙을 위주로 짝짓기를 하는 지대(rent) 추구 게임 플레이어여서 그렇다, 하고 남자들의 텍스트는 말한다.

기성세대는 ‘돈’과 ‘가족’을 넘어서 남자와 여자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회의 최소 단위인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 때 섹스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남녀가 서로 대립하는 것 같지만, 그들 모두 기존의 교환 게임을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관계로 뛰어들기에는 겁먹고 공허해 보인다. 그 점은 여성주의 담론도 자유롭지 않다. 메르스갤러리에서 살펴본 그들 언어는, 기존 경제체제와 헤게모니가 제시하는 공허한 평가가치를 대체로 수용한다.

 

ⓒEPA기성세대는 돈과 가족을 넘어 남자와 여자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남녀 대립 문제가 아닌 사회적 병리의 징후

이론과 경험적 연구는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짝짓기의 피상적이고 의존적인 교환 현상이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1)학력과 소득 사이의 불평등과 불균형 2)노동시장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현저한 기회 불평등.

이런 면에서 외견상 남녀 대립은 사회 구성원을 여러 갈래로 갈라놓은 채 개인을 소외시키고 굴종시키는 힘의 작동 원리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혐오 담론과 갈등은 근본적으로 자립 능력을 박탈당한 사람들 간의 상호 혐오이며, 이는 여성-남성의 대립 구도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적 병리의 징후일지도 모른다.

한편, 컴퓨터가 제대로 분석해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일베(남자)와 메갤(여자) 모두에서 좀 더 순수한 방식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쉬움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었으나, 컴퓨터의 알고리즘은 이를 통계물리학적 기준을 넘지 못한 노이즈로 걸러냈다. 하지만 유능한 데이터 분석가·사회과학자는 버려졌거나 외곽에 소외된 데이터의 잠재적 의미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노이즈로 주변화되어버린 사랑의 가치는 무엇일까. 아이가 곤히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땅에서 좀 더 나은 아버지로 버텨나갈 길을 고민한다.

기자명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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