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산진 평전>신한균·박영봉 지음 아우라 펴냄
올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 갔을 때 아쉬웠던 점은 먹거리 장터에서 사용하는 그릇이 플라스틱이었다는 점이다. 일본 섬마을의 민박집이 생각났다. 소박한 음식이었지만 예쁜 그릇에 담아 내놓았다. 도자기 행사에서 플라스틱 그릇을 쓰는 우리와 대비되었다.

일본인들이 그릇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문화는 어디서 왔을까? 조선의 영향이 컸다. 그들은 음식만큼이나 멋진 그릇으로 차리는 조선의 밥상에 반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전통 도자기가 식기에서 밀려나고 그 빈자리를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와 본차이나가 채웠다. 반면 일본은 이를 더욱 발전시켜 음식 문화의 한 축으로 만들었다.

음식을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먹는 일본의 음식 문화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일본 최고의 요정 호시가오카사료를 만든 기타오지 로산진이다. 서예가이면서 요리사이면서 도예가였던 그는 최고의 장소에서 최고의 음식을 최고의 그릇에 내놓는 고급 식문화를 정립시켰다.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 그릇과 요리는 한 축의 두 바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일본의 현대 가이세키(일본식 제철음식 코스 요리)의 표준을 정립했다. 이 로산진도 한국의 옛 그릇을 통해 도예 철학을 터득하고 일본 요리에 어울리는 그릇을 제작할 수 있었다. 먹방의 시대에 〈로산진 평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오래된 미래’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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