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은 독특한 방송인이다. 무대 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무대 아래서는 우울하게 지낸다. 콘서트가 잘 되면 더 크게 키울 생각을 하기보다 ‘티켓 가격이 비싼 것 아닌가’ ‘오고 싶은데 못 오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부터 한다. 돈을 너무 버는 것 아니냐며 기부할 곳을 찾는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하고 있는 토크 콘서트 〈노브레이크〉는 매번 매진을 기록 중이다(총 231회 공연, 누적 관객 24만9000명). 그런데 그는 티켓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못 오는 대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공짜 콘서트’를 연다. 그것도 대학을 직접 찾아다니며. 〈청춘 희망 강연-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가 그것이다. 그동안 40여 개 대학에서 이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콘서트에 돈 내고 올 사람을 공짜로 초대하는 ‘셀프 영업 방해’를 하는 셈이다.

 

ⓒ연합뉴스김제동씨의 토크 콘서트는 늘 매진이다.
김제동이 진행하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는 이런 맥락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40여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생각을 나눴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대학을 돌며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던 것에서 문호를 더 개방해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른다. 다양한 세대의 고민을 들어보고 생각을 나눈다.

방송인으로서 김제동의 단점은 토크쇼에 약하다는 것이다. 다른 연예인들이 ‘방송 분량’을 확보하려고 열심히 마이크 싸움을 하는 동안 그는 기회를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기 때문이다. 그것을 시청자들은 ‘존재감이 없다’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일반인들과 함께하는 무대에서는 정반대다. 펄펄 난다. 그래서 그의 토크 콘서트는 늘 만원이다.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청중의 말을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마이크는 권력이다. 마이크를 청중에게 주는 것은 권력을 청중에게 주는 것을 의미한다. 행사에 가보면 내외빈만 인사를 시킨다. 그들에게만 발언권을 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별건가? 발언권을 나눠주는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연예인들처럼 재기가 넘치는 것도 아니고 돌발 발언도 자주 나온다. 방송의 ‘효율’을 생각한다면 낭비적 요소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연예인들 이야기만 듣는 것은 재미가 없다. 내가 관심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청중이 이야기하는 고민은 진짜다. 그 목소리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건질 건더기가 없어도 상관없다. 함께 근심을 나누는 것으로 족하다.”

‘미시적 삶’을 나누는 교양 프로그램

〈김제동의 톡투유〉는 사람들의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를 시사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도 있다. 가정폭력이나 갑을 관계에 의한 사회적 폭력,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나이 차별, 사람들의 돈 걱정, 다양한 선택과 결혼 문제 등 나오는 주제가 시사적이어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거시적인 담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겪었던 일을 들으며 문제에 접근한다는 점이다. 방청객들이 고민을 얘기하면 김제동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와 유명 강사 최진기씨 등 전문가들이 거든다.

야구장 장내 아나운서 출신인 김제동은 대중과 함께 있을 때 사회자로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로 이미 40여 회의 리허설을 한 셈이어서 짜임새가 좋다. 오랜만에 김제동다운 방송을 볼 수 있어서인지 프로그램은 순항 중이다.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2.5~3%를 보인 〈김제동의 톡투유〉는 계속해서 자체 시청률 기록을 경신 중이다. 공개방송 방청권은 추첨을 통해 정하는데 매회 5000명 이상이 신청한다. ‘국민 힐링 콘서트’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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