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나카타·오시마 코스를 걸을 때 생각났던 곳은 제주도에 딸린 섬들이었다. ‘섬의 섬’은 뭔가 더 외롭다. 오시마 섬은 제주도의 섬 중에서 특히 비양도와 느낌이 비슷했다. 현대인의 바쁜 삶으로부터 ‘정신적 유배’를 온 듯한 느낌이 드는 섬이다. 오시마 코스를 걸으며 탁 트인 바다를 보고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면 걱정근심이 훌훌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규슈 최대 도시인 후쿠오카 시가 있는 곳이지만 후쿠오카 현에는 올레 코스가 맨 마지막으로 조성되었다. 후쿠오카 현의 자존심을 살려준 곳은 주민 800여 명이 사는 무나카타 시의 오시마 섬이었다. 고노미나토 항에서 25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이 섬에 규슈올레 최초의 섬 코스가 조성되었다. 코스 개장 행사를 할 때 이곳 학교 아이들이 전부 나와 합창을 해서 방문객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오시마 섬은 신화와 전설의 섬이다. 일본 6400여 개 신사의 총본사로 꼽히는 무나카타 타이샤(宗像大社)의 세 신사 중 하나인 나카쓰미야(中津宮)가 있기 때문이다. 오시마 섬 앞 오키노시마 섬에 있는 오키쓰미야(沖津宮)와 무나카타 시에 있는 헤쓰미야(辺津宮)와 함께 이 세 신사는 모두 여신을 모셨는데,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오키노시마 섬은 여성 방문이 금지됨).

ⓒ김진석 섬의 봉우리들

오시마 코스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제주와 가장 비슷하다고 꼽는 곳이다. 서 이사장은 “오시마 섬은 제주와 정말 많이 닮았다. 설문대 할망처럼 전지전능한 여신이 있고, 해녀들이 있다. 후쿠오카 현의 올레 코스를 계속 탈락시켜서 마음의 빚이 쌓였는데 오시마 코스를 보고 그 짐을 단숨에 덜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봉우리에서 풍차를 만나면 사진을 찍으세요

오시마 코스의 장점은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규슈 본섬 방향의 내해 쪽은 파도와 바람이 잔잔한 반면 한반도 쪽 외해는 거칠었다. 힘든 길과 쉬운 길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코스 시작 지점과 가까운 곳에 무나카타 타이샤의 나카쓰미야가 있어서 여신에게 무사 안녕을 빌고 걸을 수 있다.

비록 조그만 섬에 난 길이지만 미다케(御嶽) 등 봉우리를 세 번 오르게 되는데 풍광이 서로 달랐다. 한 번은 관목 숲길로, 다른 한 번은 대나무 숲길로, 마지막 한 번은 들판을 따라서 오르게 된다. 특히 마지막 봉우리에는 풍차가 있어서 사진 찍기에 좋다.

미다케(御嶽) 산의 정상 전망대에서는 사방의 바다와 규슈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이 바다가 현해탄(겐카이나다)이라고 불리는 바다다. 높이는 224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시야가 시원하게 뚫린다. 날씨가 좋으면 후쿠오카 타워는 물론 기타큐슈 공업단지의 공장도 볼 수 있다. 이키시마 섬과 쓰시마 섬 등 주변 섬도 볼 수 있다.

오시마 코스에서 가장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은 풍차전망대와 포대 터가 있는 언덕이다. 중간에 도시락을 먹기에도 좋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면서 만든 포대가 있다(당시 오시마 섬에 4문의 대포가 배치되었는데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포대가 설치되었던 벙커가 아직도 남아 있어 전쟁의 흔적이 느껴진다.

포대 터에서 좀 더 올라가면 풍차전망대가 나온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 등 각종 꽃이 만발해서 사진 찍기에 최고 장소다. 오시마 섬에서 도시락을 제공하는 곳은 마나베 민박(0940-72-2422)이다. 가족이 경영하는 곳으로, 예약하면 섬 안에서는 배달도 해준다. 통통한 장어를 넣은 장어 된장국이 맛있다.

다시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 전형적인 일본 어촌마을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 신당이나 해녀들이 빨랫줄에 걸어놓은 잠수복도 볼 수 있다. 오시마 섬은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다. 전체 코스는 11.4㎞로 4~5시간이 소요되며 중간에 지름길이 있어서 이 길을 이용하면 시간이 단축된다.

ⓒ김진석 풍차전망대 오르는 길

 코스 안내

오시마 항(大島港) 페리터미널-무나카타 타이샤 나카쓰미야-미다케 산 정상-시이다케 산 등산로-나카쓰와세(中津和瀬) 숲길-풍차전망대 산책로 시작점-포대 터-군도(軍道)-오키노시마 요배소(沖の島遥拝所)-오시마 커뮤니티-오시마 초등학교·중학교-간스(かんす) 해수욕장-오시마 항 페리터미널(종점)

 교통편

1. 후쿠오카 공항, 하카타 항-JR 하카타 역-(가고시마 혼센 고쿠라행)-JR 도고 역-(니시테쓰 버스 고노미나토 하토바행)-고노미나토 항 페리터미널-(시영도선 오시마행)-오시마 항 페리터미널

2. 기타큐슈 공항-(공항버스)-JR 고쿠라 역-(가고시마 혼센 하카타행)-JR 도고 역-(니시테쓰 버스 고노미나토 하토바행)-고노미나토 항 페리터미널-(시영도선 오시마행)-오시마 항 페리터미널

 놓치지 마시라

간스 해수욕장 간스 해수욕장에는 ‘꿈의 사요지마 섬’이 있는데, 바다 속에 서 있는 주홍색 도리이(신사 입구를 뜻하는 문)와 섬을 덮고 있는 푸른 소나무가 아름다운 대조를 보여서 사진 찍기에 좋다. 간조 때에는 오시마 섬과 연결되어 걸어서도 건널 수 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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