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좋아해서 우레시노 코스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녹차 재배지이기 때문이다. 울창한 삼나무 숲과 드넓은 녹차 밭을 가로지르는 우레시노 코스는 호오가 분명히 갈리는 길이다. 숲길을 좋아하거나 차를 즐기는 사람한테는 최적의 코스이지만 다른 길에 비해 단조롭다. 그래서 아기자기한 올레의 매력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코스를 비교하면서 걸을 올레꾼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개성 강한 길이다.

우레시노 코스는 올레 심사에서 두 번이나 탈락한 바 있다. 우레시노 시 공무원들은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하며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올레라고 생각했다. 제주올레의 안은주 사무국장은 “지난해 심사를 갔을 때 우레시노 시 관광과 직원들이 자신 있게 보여준 곳이 있다. 삼나무 숲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길이 미끄러워서 콘크리트를 깔아두었다며 이렇게 정성을 들였으니 알아달라는 태도였다. 그들에게 ‘올레는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길을 찾는 것’이라는 올레 정신을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들었다. 제주올레를 직접 보고 가더니 그제야 마인드가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우레시노 코스의 출발점은 ‘요시다 사라야(吉田皿屋)’, 즉 도자기 마을이다. 우레시노산 녹차가 유명해지면서 도자기 산업도 함께 발전해 도자기 마을이 형성되었다. 도자기 신을 모신 다이조지(大定寺)·요시우라 신사(吉浦神社)도 있다. 신사에 모셔진 지장보살은 모두 빨간 앞치마를 입고 앞에 색색의 바람개비가 달려 있어서 이색적이다. 지장보살의 빨간 앞치마를 갈아주는 것은 이곳의 풍속 중 하나다.


ⓒ시사IN 고재열 우레시노 코스의 차 밭

마을의 도자기 회관이 우레시노 코스의 시작점인데 과거 막부 시대에 행정연락소가 있던 곳이다. 행정연락소는 영주들이 에도의 막부에 1년간 봉사하러 가는 ‘참근교대(산킨코타이)’를 위해 이동하던 길에 설치되었던 관청이다. 지금은 올레꾼들을 위해 키를 맞춘 대나무 지팡이를 준비해두었다. 우레시노 코스의 초반부는 숲길이라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길이 미끄러워서 지팡이는 꼭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초반부에 가파른 삼나무 길이 나오는데 분지에 형성된 녹차 밭을 가로지른 뒤 삼나무 숲이 한 번 더 나온다. 첫 번째 삼나무 숲은 울창하기는 하지만 삼나무가 그리 굵지 않다. 두 번째 삼나무 숲은 메타세쿼이아 종의 아름드리 삼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22세기 아시아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히 조성되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조성한 숲이라는데, 지금도 매우 울창하다. 숲 곳곳에는 양철통과 나무 방망이가 매달려 있었다. 두들겨서 멧돼지를 쫓으라는 것이다.

지친 발 달래주며 마시는 녹차 한잔

녹차 밭은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우리 녹차 밭과 유사했다. 다만 기계로 녹차를 수확하기 때문에 녹차나무가 마치 ‘바리캉’으로 머리를 깎은 것처럼 각진 모습이었다. 우레시노 시 관광과 직원들은 녹차를 본격적으로 수확하는 4월과 5월이 우레시노 코스를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추천했다. 농가에서 녹차를 말리고 가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숲과 차밭을 지나면 우레시노 코스는 도도로키 폭포공원을 지나 우레시노 시내로 들어온다. 우레시노 강을 따라 시내 중심부로 이동하는데 종점에는 ‘시볼트 유(공중목욕탕)’가 있다. 이 공중목욕탕 앞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중 족탕이 있다. 훈증기도 있는 ‘발 사우나’이다. 올레를 걸으며 지친 발을 달래주는 최고의 호사다. 족욕을 마치고 녹차 한잔 마시면 우레시노 올레 완성.


ⓒ시사IN 고재열 니시요시다의 13보살상

 코스 안내

히젠 요시다(肥前吉田) 도자기회관-다이조지·요시우라 신사-니시요시다(西吉田) 다원-니시요시다의 곤겡(権現) 불상과 13보살상-보즈바루(坊主原) 파일럿 다원-22세기 아시아의 숲-시바 산장(椎葉山荘)-도도로키 폭포(轟の滝)-시볼트 유(공중목욕탕)-온천공원·상점가-시볼트 족탕

 교통편

1. 후쿠오카 공항, 하카타 항-텐진, 하카타 버스센터-(규슈 호)-우레시노 IC-(택시)-우레시노 온천 버스센터-(유토쿠 버스 가시마행, 요시다 경유)-가미사라야 버스정류장 하차

2. 하카타 역-JR 나가사키 혼센-히젠 가시마 역/가시마 버스센터-유토쿠 버스 우레시노 온천(요시다 경유)-가미사라야 버스정류장 하차

3. JR 다케오 온천 역-(JR 규슈 버스)-우레시노 온천 버스센터-(유토쿠 버스 가시마행, 요시다 경유)-가미사라야 버스정류장 하차

 놓치지 마시라

도도로키노타키 폭포공원 높이 11m, 3단으로 이루어진 폭포가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져서 ‘도도로키노타키(轟の滝·굉음 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폭포 주변은 공원이 정비되어 있어서 봄에는 벚꽃을, 가을에는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공원에서 온천가로 이어지는 길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강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이 지역 사람들의 산책 코스로 인기다.

 주변 규슈올레 코스

우레시노 코스를 걸을 때는 사가 현의 다른 올레 코스도 함께 걸어보는 것이 좋다. 사가 현에는 가장 많은 규슈올레 코스가 있는데, 우레시노 코스를 비롯해 다케오 코스와 가라쓰 코스가 그것이다. 전형적 전원도시인 다케오 시의 올레 코스는 일본 전통을 맛볼 수 있는 길이고, 임진왜란 당시 조선 출병을 위해 대규모 군사기지가 조성되었던 곳에 놓인 가라쓰 코스는 일본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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