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한테 밥 얻어먹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다던데 괜찮을까 모르겠네.”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열린 ‘전국예술가캠핑대회’에서 내가 만든 저녁상을 받아먹으며 한 큐레이터가 한 말이다. 지리산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들에게 살라미 브루스케타를 전채로 내고 돼지고기 쫄대기살(사태 부위)을 삶아 신 김치와 함께 내어 속을 든든히 만든 후 스지(소 사태살에 붙은 힘줄) 스튜를 만들어 먹였다. 마무리는 밤새 우려낸 국물로 끓인 돈고츠 칼국수였다. 연극인들을 모시고도 몇 번 ‘접대 캠핑’을 했다. 장은 주로 서울 마장축산물시장이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본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이용할 때는 ‘인어교주해적단’이 알려준 집에서 산다.
 
ⓒ시사IN 양한모

식사가 끝나고 술잔을 한참 돌린 후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을 때 차를 내린다. 사람들이 차에 흥미를 보이면 일본 녹차부터 시작해 중국 무이암차와 타이완 우롱차, 히말라야 홍차를 거쳐 유럽 홍차까지 순서대로 내려서 차 세계여행을 시켜준다. 캠핑장에서 차를 마실 때는 깨질 염려가 없는 나무 다기를 쓴다. 캠핑 장비는 집에 있는 것을 대충 들고 나와서 쓰는 스타일인데 유일하게 사치를 부린 것이 바로 차 도구다.

여성들로만 구성된 캠핑 팀에 과분하게도 청일점 게스트로 참석했을 때는 ‘홍도야 눌지 마라’를 접대했다. 홍합을 삶은 국물에 소고기와 야채를 샤브샤브로 해먹고 도가니를 푹 삶아서 마지막에 스튜처럼 해먹는 요리인데, 이름을 재밌게 붙여봤다. 캠핑장에서는 밤새 ‘먹방’을 찍게 되기 때문에 바로바로 조리되는 음식을 계속 먹다 보면 과식을 면치 못한다.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슬로푸드가 오히려 캠핑과 맞는다.

캠핑을 하면, 그리고 요리를 하면 손발이 부지런해진다. 그렇지 않고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기자 생활을 15년 넘게 하면서 접대받는 것이 버릇이 되었는데, 캠핑을 하고 요리를 하면서 많이 고쳤다. 불편하게 접대를 받는 것보다 맘 편하게 접대하는 게 행복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은 기자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올해도 ‘접대 캠핑’은 계속 이어진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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