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성 회장과는 목욕탕에서 가끔 만나는 사이였습니다. 기자와 여당 정치인(새누리당 전 국회의원) 사이인지라 벽이 좀 있었습니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만나면 탕에서 20~30분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성 회장이 자수성가한 이야기를 자주 했고, 저는 듣는 편이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눈먼 돈들이 굴러다녔다는 자원외교 판에서 검찰의 칼날이 굴지의 대기업은 모조리 비켜 갔습니다. 그리고 경남기업이 검찰의 첫 타깃이 되었습니다.

ⓒ시사IN 양한모

성 회장은 이 점에 대해 억울해했습니다. “나를 MB 맨이라고 하는데, 박근혜 맨이기도 했지 않습니까. 이명박과 친했지만 특혜를 보지 않았고 선거 때는 박근혜 쪽에 충청도 사람도 조직도 다 모아줬어요. 그런데 검찰의 표적 수사로 나만 의원직을 잃었어요. 자원 사업을 한 사람 중에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자살 소식이 알려진 4월10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성 회장의 지인들이 모였습니다. 성 회장의 지인 박 아무개씨는 “성 회장이 정권 실세들에게 결백을 호소했지만 받아주지 않아서 억울해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살하기 전날, 성 회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계속 박근혜 정부에 서운함을 표했다고 합니다. “노무현이라면 몰라도 박근혜와 이완구가 나에게 이럴 수는 없어요. 기자회견을 하자 보도까지 통제했어요. 내가 선거 때 해준 게 얼만데요.”

성 회장은 바지 주머니에 정권 실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메모를 남긴 채 숨졌습니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 비서실장 세 명의 이름이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은 곧바로 경남기업 수사를 중단했습니다. 그렇다고 검찰의 칼날이 정권 실세로 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 회장 주변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검찰이 MB를 보호하기 위해 MB계로 알려진 친박 인사를 먼저 쳤고, 자원외교 수사를 초반에 망가뜨리는 데 성공했다.” “성 회장이 혼자 죽지 않겠다고 하자 권력이 성 회장을 압박했고, 결국 성 회장은 자살을 당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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