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 탓에 전 국토가 갈증을 호소하고 있다. 3월25일 찾은 강원도 인제군 남면 관대리의 ‘소양호’는 쩍쩍 갈라진 바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디선가 나타난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이곳은 지도상에 엄연히 호수로 표시된 지역이다. 호수가 이렇게 말라갈 지경이니 산 속은 어땠을까. 어렵사리 목을 축이러 내려온 고라니는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사상 최악의 가뭄은 소양강댐의 저수량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이날의 저수량 눈금은 157.32m를 가리켜, 용수 공급 하한선인 저수위까지 7.4m밖에 남지 않았다. 강원 영서 일부 지역에서는 영농철 농수 공급은 고사하고 당장에 먹을 물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다. 강도 댐도 저수지도 모두 바닥을 드러내는 최악의 가뭄이라지만, 고라니가 마실 물까지는 마르지 않기를 빌어본다. 모든 건 하늘에 달렸겠지만 말이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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