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오후 5시9분부터 고작 10여 분의 시간만이 허락되었다.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울산 울주군 대곡리)를 온전히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전부터 기다린 시간이 힘들기는 했지만, 구름 한 점 없이 이 정도 각도로 볕이 들었다는 건 행운이었다.

보고 싶어도 쉽게 볼 수 없는 암각화. 사실 반구대 암각화가 처음부터 이렇게 보기 힘들었던 건 아니다. 적어도 1965년 이곳에 사연댐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1971년 12월25일 동국대 유적조사단은 세계 인류사를 뒤바꾼 역사적인 발견을 하게 된다. 이전까지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 그림은 노르웨이 알타 암각화였지만 2000년에 반구대 암각화가 국제학회에 보고된 이후 역사는 수정되었다.

하지만 7000년의 풍화를 견뎌온 암각화도 댐이 생기고 침수가 반복되자 훼손되기 시작했다. 몇 해 전부터 여름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물에 잠기지 않는다지만, 이미 벽면의 4분의 1가량은 손상된 상태다. 투명댐 설치나 댐 수위 조절 이야기도 나왔지만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올해도 반구대 암각화는 침수에 따른 손상을 맥없이 기다리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