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만큼 검찰이 언론에 친절했던 적은 없었다. 검찰은 지난 정권의 주변을 먼지 털듯 털었고 의혹들을 부풀려 언론에 흘렸다. 언론은 신나게 받아썼다. 무차별적인 피의사실 공표였다. 정도가 심했던지 검찰 고위 간부는 “인간적으로 형편없는 빨대를 색출하겠다”라고도 말했다. 물론 말뿐이었다. 당시 ‘빨대’로 의심된 사람이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중수부장(57·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이었다. 대검을 출입하던 한 기자는 “이인규 부장을 필두로 수사팀 간부들이 신문과 방송에 돌아가며 기사를 줬다. 마치 군사작전처럼 착착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서는 ‘박연차 회장과의 대질신문이 있다’고 발표하고, ‘조서 확인 시간이 길다’고 언급하는 등 모욕 주기에 스스럼이 없었다.

ⓒ연합뉴스
수사를 지휘하던 이인규 부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법무법인 바른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른’은 박연차 전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공격하는 자리에서 수비하는 자리로 말을 옮겨 탔다. 중수부가 존폐를 걸고 수사를 벌인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부산저축은행이 최대 10억원의 성공보수를 주기로 하고 변호사를 고용했는데, 그가 바로 이인규였다.

변호사가 되어서도 이인규는 노무현을 입에 달고 다녔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 대통령 차명 계좌 발언으로 재판을 받을 때, 이 변호사는 〈중앙 선데이〉에서 차명 계좌의 존재를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가 노 전 대통령을 원망하는 발언도 언론에 소개됐다. “평생을 검사로만 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저승에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면 왜 그랬느냐 (그런 선택을 해서 검사로서 삶을 그만두게 한 것을)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빚을 갚으라고 말할 것이다.”

최근 이 변호사는 느닷없이 “2009년 국정원이 ‘노무현의 논두렁 시계’ 보도를 만들어냈다”라고 폭로했다. 무슨 노림수가 있는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이처럼 노골적이고 지속적인 언론 플레이는 검찰 역사상 없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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