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저작 〈절제의 형법학〉은 딱딱한 책이다. 차례를 들여다보면 첨예한 법적 논쟁들이 이슈별로 정리되어 있다. 요모조모 따져봐도 대중서로는 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 책은 대중서로 읽혀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읽힌다. 하드커버와, 한자와 영어가 병기된 건조한 서문과, 법학 교재처럼 체계적인 차례를 지나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면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형제 폐지, 낙태 허용, 간통제 폐지, 군인 간 합의 동성애 허용 등 우리 사회 첨예한 이슈에 대한 법률적 문제점과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첨예한 논쟁과 관련한 법적 판단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시사IN 조남진
한국 사회의 좌우 대립이 격화되면서 법률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의의 잠정적 합의’가 법정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판결은 때로 우리를 실망시키기도 하고 안도하게도 했다. 왜 우리의 정의가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지 이 책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이 ‘잠정적 합의’가 현실의 역학관계를 반영해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책 제목이 말하고 있듯 이 책은 ‘형법의 과잉’을 지적한다. 형법은 국가제도와 함께 국민도 보호해야 하는데 전자만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통치의 도구로서의 형법과 자의적 국가형벌권 행사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도구로서의 형법, 이 이중적 역할 중 전자만을 중시한다. 그래서 형법을 사회통제의 ‘최후 수단’이 아니라 ‘최우선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 형법의 개입을 극대화했다”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임무를 방기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이런 ‘형법의 과잉’을 완충시켜주는 곳이 헌법재판소(헌재)다. 그런데 헌재 역시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조 교수는 그 이유를 “헌재는 원래 ‘다수자 기관’인 국회의 오류를 교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시민의 프라이버시나 표현의 자유 영역 등에서 헌재는 ‘다수자 기관’처럼 판단하고 있다. 헌재는 형법이 억압의 도구로 사용되는지 감시하고 이를 교정해야 하는데 그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 자신이 ‘과잉범죄화’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는 현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고소·고발 사건의 피의자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형사 사법의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형벌권이 반대 정파 사람을 억압하고 겁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형법 교수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형법 위반이라며 고소·고발되는 세태가 한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회적 정의에 대한 판단을 법적 판결에 일임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에 문제를 제기한다. 형법이 과잉 적용하면 안 되듯이 형법의 구실에 대해서도 과잉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잉 범죄화되어 있는 형법을 국회, 법원, 헌재가 털어내야 한다. 이 책이 형법 과잉은 억압임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법·제도·판례 등에서 우리 형법에 이러한 억압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형법 과잉에 중독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주의를 요한다”라고 경고했다.

〈절제의 형법학〉으로 형법의 과잉을 지적한 그는 형법이 방기하고 있는 부분도 지적할 예정이다. 그는 “이 책은 원래 2부작으로 준비된 것이다. 현재 2부작인 〈개입의 형법학〉을 쓰고 있다. 〈개입의 형법학〉은 한국 형법이 더 개입해야 하는데 개입하지 않고 있는 분야를 다룬다. 기업 범죄와 같은 것이다. 절제와 개입의 판단 기준은 ‘사회 유해성’에 있다. 나는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는 ‘사회 유해성’이 없거나 약하기에 형법의 절제를, 기업 범죄나 성범죄 등은 형법의 개입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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