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구겨버릴 만도 했지만, 투쟁 전단지를 받아든 중년의 노동자는 한참을 보고 서 있었다. 굴뚝 위에서 농성하는 이들의 사진에 그의 시선이 꽂힌 사이, 한겨울 시멘트 길 위로는 온몸을 바닥에 댄 오체투지 행렬이 지나간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전원 복직과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 그 긴 행렬의 이름만큼이나 긴 해고 경력을 가진 쌍용자동차,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이제껏 걸어온 걸음 중 가장 낮은 자세로 서울 구로를 떠나 머나먼 청와대를 향해 나아갔다. 새해 희망이란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암울한 일의 연속이지만, 이들에게는 뚜렷한 희망이 있다. 2015년은 적어도 2014년보다는 낫겠지 하는.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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