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슬펐습니다. 아팠습니다.

2월 서울 송파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신용불량자가 된 두 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마저 팔을 다쳐 생활고를 겪었습니다. 세 모녀는 죽으면서도 미안해했습니다. 집주인에게 7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습니다.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세 모녀가 살던 집을 찾아갔습니다. 취재를 할 수가 없어 쪼그려 앉아만 있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정말 미안했습니다.

ⓒ시사IN 양한모

광주에서, 금정에서, 익산에서, 일산에서 가족 전체가 세상을 등지는 일이 줄을 이었습니다. 주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11월에는 인천에서 생활고를 겪던 일가족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열두 살 딸도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동안 아빠 말을 안 들어 죄송하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것이기에 슬프지 않다.”

2명 중 1명은 빈곤 상태이고, 4명 중 1명은 사실상 고립 상태에 있는 노인의 자살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자신의 시신을 수습해줄 사람을 위해 국밥 값을 남기고 간 독거노인도 있었습니다. 그는 봉투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대한민국의 진짜 실세는 대통령 동생이 아니라 정윤회라는 사람과 문고리 3인방이었다는, 이른바 십상시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으로 언론에서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그런데 국정 농단 의혹을 말단 경찰들의 잘못으로 끝내려고만 합니다. 결국 최 경위는 목숨을 끊어야 했습니다.

모든 자살은 타살입니다.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하루 평균 자살 40명. 너무 많이 죽습니다. 나라 꼴이 엉망입니다. 사는 게 이리도 버거운데 결혼을 안 하는 건 당연합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오늘 만난 이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어제 찾아온 이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2014년 너무나 많은 이들이 가득한 슬픔 속에서 살았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재판에 끌려 다니느라, 권력에 쫓겨 다니느라 지치고 상처받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백석의 시를 떠올립니다. 신기하게도 효과가 있습니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2015년은 조금은 따뜻하길 빕니다. 밝아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뭐라도 하려고 합니다. 끌려가는 일이 있더라도….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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