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잔혹사 김성환 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013년 6월, 원자력발전소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 케이블이 설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전 업계의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원전 비리 사건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기자인 저자도 기사를 썼다. 어느 날 한수원 직원의 아내에게서 편지가 왔다.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데 대한 답답함이 담긴 글이었다. 저자는 마음이 무거웠다. 현장 노동자의 압박이 엄청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재앙의 불씨를 안은 원전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사건의 구조적 배경과 원인, 원전을 운영하는 노동자와 주변의 문제를 깊이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직 언론인 김성환·이승준 기자가 지난 2년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을 출입하고, 중국·타이완 등의 원전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한국 원자력 산업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기록했다. 2012년 고리 1호기 정전 은폐 사건과 이어지는 원전 비리의 중심에 서 있던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 이야기, ‘원전 마피아’가 생겨나는 과정, 한수원과 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원자력을 둘러싼 경제적·산업적 이해관계 등 복잡한 내용을 읽기 쉬운 문체로 담았다.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안규철 지음, 워크룸프레스 펴냄 ‘만약 우리 미술계에 어떤 중심이나 주류가 있다면 나는 계속해서 그 외곽에 머물러왔다고 말할 수 있다’ ‘내게는 미술을 하면서 계속해서 미술을 의심하는 병이 있다. 범람하는 이미지의 강력한 힘 앞에서 수공업적 이미지 생산자로서 무력감을 느끼고, 자본과 경제가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미술의 역할에 대해 회의한다’. ‘생각하는 조각가’ ‘사물들의 통역가’로 불리는 안규철 작가의 속내다. 그가 30여 년간 발표한 작품과 글, 작가에 대한 평론, 인터뷰 등이 책으로 묶였다. 서울대에서 조각을 공부한 작가는 〈계간 미술〉 기자로 7년간 일했다. 서른셋에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가 이듬해 독일로 옮겼다. 1992년 스페이스 샘터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미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귀국한 후 〈사물들의 사이〉 〈사소한 사건〉 〈49개의 방〉 등 열 차례 개인전을 열고 국내외 기획전·비엔날레에 참여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책의 제목은 그의 개인전 타이틀이기도 하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안규철의 작업에는 그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혹은 선호하는 이슈가 없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미술 지평을 넓혀온 결과다. 지난 30년의 작품 세계와 그가 지닌 묵직한 고민과 의식을 엿볼 수 있다.

희망의 씨앗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침팬지의 대모로 알려진 제인 구달이 어린 시절 성장했던 영국 본머스의 할머니 댁 정원에서 시작해 미국 세계무역센터까지, 지구 곳곳에서 보고 들은 식물의 세계를 글로 옮겼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치부했던 식물 사이의 의사소통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몫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엄마의 탄생 김보성 외 지음, 오월의봄 펴냄 노동사회학 연구자와 여성학자, 소수자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가 한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파고들었다. 시작은 산후조리원이다. 과학적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 돌잔치와 성장앨범이 엄마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 등 엄마 노릇의 험난함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했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카렐 차페크 지음, 정찬형 옮김, 모비딕 펴냄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온갖 종류의 미스터리 소설집(전 2권)이다. 우리의 단편소설보다 짧은 분량이다. 실험적인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완벽한 스타일이 단편소설이라 여긴 작가의 작품에는 법률가, 신부, 정원사,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문체가 경쾌하다.

사진노트 온빛 다큐멘터리 지음·펴냄 사진 연간지. 이번 호는 2011년 결성된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그룹 ‘온빛 다큐멘터리’가 만들었다. 강정마을, 삼성반도체 노동자, 밀양 송전탑을 비롯해 깊은 산골짜기 ‘선이골’에 사는 아이들의 사진도 담겼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평론도 함께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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