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이상득은 2인자라는 설명이 부족했다. ‘만사형(兄)통’ ‘상왕정치’라는 비난이 일자, 2009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78)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자원외교에 힘쓰겠다며 세계를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브라질·페루·볼리비아·멕시코·우간다·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에콰도르·콜롬비아·리비아 등 총 12개국 방문, 23회 정상회담…. 2011년 이 전 부의장은 자원 선점에 나선 강대국과 국유 자산을 지키려는 자원 부국 간의 숨 막히는 각축전의 이면을 공개한다며 책 〈자원을 경영하라〉를 출간한다. 많은 부분이 자화자찬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서 이 전 부의장은 “단돈 10원이라도 벌어오는 특사가 되자. 나라를 위한 진정한 장사꾼이 되자”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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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에 41조원을 퍼부었다. 지금까지 회수된 금액은 5조원. 30조원이 넘는 돈이 회수가 불투명하거나 공중으로 날아간 상태다. 여기에 자원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1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정유공장 인수와 운영자금으로 2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그런데 최근 이 정유회사를 200억원대에 매각했다(석유공사 강영원 사장은 이명박·이상득 형제와 같은 소망교회 인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이상득 특사가 나선 ‘VIP 자원외교’를 통해 1조4000여 억 원이 투자됐지만 현재까지의 회수금은 ‘0원’이라고 밝혔다. ‘MB 개국공신’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마저 언론에서 “자원외교, 사실 어이없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상득 전 의원은 12조원에 달하는 이라크 유전 사업에 불법 투자한 뒤 관련법을 개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 법안은 이상득 전 부의장이 대표 발의했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진행시켰다. 그런데도 언론에는 자원외교를 주도한 ‘이상득’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자원외교를 자신의 치적으로 떠들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말이 없다. 그는 올 1월 포항 집을 매각한 데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근의 내곡동 땅도 팔았다. 2008년 한국투자공사(KIC)가 1조원대 손실을 본 메릴린치 투자 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이상득 전 부의장의 아들 이지형씨(전 맥쿼리IMM자산운용 대표)는 2011년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긴 상태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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