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울타리 박병상 지음, 이상북스 펴냄
소고기를 많이 먹는 미국인을 일컬어 ‘움직이는 콘칩’이라고 부른다. 소가 옥수수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몽골의 소처럼 목초만 먹었다면 질겨야 마땅한데 도축 5개월 전부터 옥수수 사료를 집중적으로 먹은 미국의 소는 부드럽다. 한우도 다르지 않다. 인간의 울타리, 특히 산업축산의 울타리에 사는 동물들 삶의 실상을 ‘환경운동 하는 생물학자’가 파헤쳤다.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위아래 송곳니 여덟 개가 절단되고 꼬리가 잘린다. 어금니로 어미의 젖꼭지를 물어 상처 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2~3주가 지난 어린 수컷은 거세한다. 산란용 암평아리들은 사료를 먹을 때만 불이 켜지는 어두운 양계장에 산다. 120일 동안 몸집이 불어 성숙하면 먹은 사료를 달걀로 바꾸어내는 기계로 전락한다. 닭이 날개를 펴고 흔드는 폭은 대략 50㎝ 정도이지만 산업축산의 철망 상자는 날갯짓을 허용하지 않는다. 소·돼지·닭, 실험실의 생쥐와 돼지, 동물원의 사자·호랑이 등의 삶을 두루 살핀다. 저자는 울타리 안팎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생태계의 산물인 사람 역시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물관의 탄생 도미니크 풀로 지음, 김한결 옮김, 돌베개 펴냄 박물관의 기원이 어디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질문하고 답하는 책이다. 저자인 도미니크 풀로 교수는 프랑스 파리1대학(팡테옹 소르본)에서 미술사학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오랫동안 박물관의 기원과 변화 과정에 주목해왔다. 애초 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부분 왕가와 군주, 부르주아의 컬렉션이었다. 대중에게 문을 연 건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다. 프랑스는 국립박물관을 설립했고 시민에게 입장할 권리가 있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대중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19세기에 이르자 박물관은 국가나 공동체의 상징과 같은 곳이 되었다. 국가의 정체성에 맞는 공간과 소장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반드시 진품이어야 했고, 다른 국가의 것보다 우월해야 했다. 20세기에는 박물관의 구실이 뚜렷하게 변한다. 전쟁을 겪은 뒤 파시즘과 나치즘이 퍼지면서 정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 아울러 소유하던 것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찾아오는 관객의 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보관하는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 어떻게 하면 편안한 관람과 동선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심하기에 이르렀다. 박물관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말라리아의 씨앗 로버트 데소비츠 지음, 정준호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열대 의학의 거장 로버트 데소비츠가 말라리아를 소재로 인간과 사회,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한 열대 학자들의 헌신과 시행착오,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전염병 때문에 고통받는 소외 지역 사람들, 현장을 외면하는 연구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자본의 17가지 모순 데이비드 하비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 마르크스주의 지리·경제학자인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 분석서.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 진단한다. 자본이 지닌 17가지 모순을 추출해 기본 모순, 움직이는 모순, 위험한 모순 세 영역으로 나눴다. 자본의 모순은 위기를 만들어낸다.

데뷔의 순간 한국영화감독조합 지음, 주성철 엮음, 푸른숲 펴냄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17명의 ‘데뷔의 순간’을 담았다. 어떤 공식도, 절차도, 시험도 없는 영화감독의 길. 대표적인 비정규직이자 성공의 표상인 영화감독이 어떻게 조바심 내지 않고 주변의 시선에 무너지지 않으며 혹독한 청춘을 버텨낼 수 있었는지 담담하게 이야기 들려준다.

우리가 집을 짓는 10가지 이유 로완 무어 지음, 이재영 옮김, 계단 펴냄 철근과 콘크리트보다는 인간의 감정과 사회의 욕망이 집과 건물을 짓는다. 9·11로 파괴된 세계무역센터를 세우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업자들의 탐욕과 건축가들의 독선이 녹아 있는 작업이었다. 권력과 돈, 섹스와 희망 같은 본능이 집과 건물에 반영되는 과정을 알 수 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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