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환영받지 못한 투표가 있다. 삼척시 투표인명부 등재자의 67.9%인 2만8867명이 투표해 2만4531명이 반대표를 던진, 삼척 원전유치 찬반 투표다(찬성은 4164명, 기권 172명). 삼척에 원전을 지으려는 정부는 이번 주민투표를 법적 효력이 없는 투표로 규정지었다.

하지만 법적 효력이 없다는 건 투표를 진행한 삼척시도 알고 있다. ‘원전유치 신청 철회는 국가 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는 유권해석이 이미 내려졌고, 그래서 이번 투표 관리를 의뢰받은 중앙선관위도 손을 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삼척에 원전을 유치하는 근거로 삼은 2011년의 ‘삼척시 원자력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원자력발전소 유치 찬성 서명부’(삼척 주민의 96.9% 찬성)는 곳곳에서 대리, 허위 서명 등 조작의 정황이 발견된 터라 삼척시에서는 정확한 민심 파악을 위한 주민투표가 불가피했다.

10월9일 저녁 강원도 삼척시 교동에 있는 삼척체육관 개표소의 투표함이 열리자 원전 유치 반대표가 쏟아져 나왔다. 삼척시는 이번 투표 결과를 근거로 정부 측에 원전 유치 철회를 요청할 예정이다. 조작의 정황이 있는 서명부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정부가 주민의 직접투표 결과는 인정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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