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하고 있습니까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중앙북스 펴냄
일본에서 가장 ‘할 말 다 하고 사는 남자’로 꼽히는 저자가 연애와 결혼과 섹스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모든 이야기가 본능에서 시작하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유행하는 ‘19금 토크’와는 독성이 다르다. 마초적인 부분도 있지만 가려서 읽으면 볼만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당신을 위해 난 죽을 수도 있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말을 남자가 여자에게 들으면 무서운 말이 된다고. 그리고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내 아이를 낳아줘”라는 말도 여자에게서 “당신의 아이를 낳아줄게”라는 말로 들으면 섬뜩하다고. 가정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다. 아버지란 아이가 최초로 만나는 인생의 방해꾼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좋은 가정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 집처럼 아침에 내가 나가는 것도 모르는 게 가장 좋다. 집에 돌아온 줄도 모르고 나간 줄도 모르는 그런 따뜻한 가정. 고양이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자유로운 가정이 좋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라며 힐링과 위로를 조소하고 ‘독고다이’ 인생론을 펼쳤던 마루야마 겐지가 이번에는 ‘젊음’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그가 생각하는 젊음은 바로 ‘자립’이다. 온전히 자기 자신에만 의존해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야생의 본성을 죽이고 생기 넘치는 삶을 방해하는, 자립을 막는 모든 것을 적으로 규정한다. 그 첫 번째 적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머니가 하나에서 열까지 시시콜콜 뒤를 봐줄 때마다,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할 상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도 어머니밖에 없다고 세뇌할 때마다, 아들의 젊음은 점점 죽어간다고 말한다. 어머니만큼 치명적인 적은 직장이다. 그는 한 번 직장인의 세계에 몸담고 나면 젊음이 말살당해 그저 얼간이로 추락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자유롭게 살 권리의 90%를 포기한 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젊음을 막는 가장 근원적이고 거대한 적으로 국가를 꼽는다. 분노를 술과 복권으로 잠재우고 기득권을 유지시키며 젊음을 소진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가 정의를 왜곡하며 이를 부추긴다고 고발한다. 저자는 저항할 힘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있다며 그 힘을 끌어내는 방법과 저력을 발휘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충고한다.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박성제 지음, 푸른숲 펴냄
 독재정권 시절 언론사에서 해직된 고 리영희 선생은 소설책 외판원을 했다. 40여 년 뒤 MBC 노조위원장이었던 저자는 해직된 뒤 스피커를 만들어 팔았다. 이것도 사회 진화의 한 단면일까? 동료 언론인들의 도움으로 스피커는 히트 상품이 되었다. 그 과정을 기록했다.

에도 산책 다니구치 지로 지음, 주원일 옮김, 애니북스 펴냄 산책을 즐기는 에도 시대 한 남성의 이야기다. 봄에는 꽃을 보며, 여름에는 소나기를 맞으며, 가을에는 잠자리를 따라서, 겨울에는 눈을 밟으며 천천히 에도를 소요한다. 보폭을 유지하고 걸음 수를 세면서 조용히 걷는다. 때로는 거북이가, 고양이가 혹은 잠자리가 되어 들여다본다.

경복궁 옆 송현동 살리기 홍성태 엮음, 진인진 펴냄 아름다운 책을 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시위 방식일 것이다.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땅 1만여 평에 한진그룹이 호텔을 짓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이 책을 냈다. 송현동의 공간적 의미를 설명하고 바람직한 개발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을 엮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과 질환을 소재로 한 의학 드라마였다. ‘몸의 병’처럼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안고 산다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충고해주었다. 이 아름다운 메시지가 사진 에세이집으로 묶였다. 상처의 치유 과정을 볼 수 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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