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민주주의 염원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단 시위대는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공민광장에 있는 애드미럴티 역에서 쏟아져 나와 홍콩 행정청 앞으로 몰려갔다. 중국의 건국기념일이기도 한 10월1일 저녁 ‘홍콩 행정장관을 자유롭게, 직선제로 뽑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작된 민주화 시위는 5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각자의 휴대전화 불을 밝히며 함성을 지르자 절정을 향했다(사진).

이번 시위는 지난 8월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첫 직선제의 후보자를 친중국계 인사로 제한한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시위대가 5만명을 넘어서며 민주화 물결이 거셌던 1989년 봄의 톈안먼 광장을 연상케 된 건 9월 마지막 주말 홍콩 경찰이 강경 진압을 한 탓이 컸다. 경찰이 뿌리는 최루액을 젊은이들이 우산으로 막는 모습이 전 세계에 전해지며 이번 시위는 ‘우산 혁명’으로도 불렸다.

ⓒ시사IN 이명익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는 10월2일 밤을 기점으로 많이 수그러든 상태다. 이날 시위대는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행정수반)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청사와 렁 장관의 집무실 주변을 둘러싼 채 밤 11시30분을 사퇴시한으로 못 박고 점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폭력을 거부하는 시민들이 반대의 뜻을 밝히고, 사퇴를 거부한 렁 장관이 청사를 일시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면서 시위대 내부에서는 대화로 풀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청사 폐쇄 후 렁 장관이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홍콩 정부의 총리 격)에게 조만간 학생 대표와 만나 정치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하도록 지시했고,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 등도 정치 개혁을 중점에 두고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밝혀 열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청사 점거를 주장하는 시위대는 폭우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당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홍콩 정부 또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시위대 해산을 요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설 수도 있다.

친중국계 인사를 앞세워 홍콩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중국과 ‘그 꼴은 못 보겠다’며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싸움에서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시사IN 이명익10월2일 시위대가 행정청 주위를 점거한 채 노숙 농성 중이다.

ⓒ시사IN 이명익사람들은 ‘민주주의 염원’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나눠 달았다.

ⓒ시사IN 이명익최루액을 막기 위해 펼쳐든 우산은 이번 시위의 상징이 되었다. 시위에 참가한 어린이가 우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사IN 이명익애드미럴티 전철역 입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시위대에게 물을 나눠주고 있다.

ⓒ시사IN 이명익노숙 농성으로 밤을 새운 시위대가 비가 내리자 우산을 편 채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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