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등잔이 남긴 옛이야기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사라지는 물건이 많다. 창호지, 등잔, 고무신, 놋그릇, 필름…. 곰곰이 돌이켜보면, 이들 물건은 하나하나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일 속도에 휩쓸리지 말고 가끔은 그들, 사라지는 물건을 추억하며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인 블로거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gurum.tistory.com/308)의 ‘사라진 등잔의 추억’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 등잔 옆에서 몽당연필 꾹꾹 눌러가며 숙제를 하노라면, 어머니는 그 옆에서 구멍 뚫린 양말이며 맨드라미 색 속옷을 늘어놓고 바느질을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두침침한 등잔살이를 어찌 견뎠을까 싶다가도 공연히 그때의 일들이 심지 돋우듯 되새기며 아련해질 때가 있다. 숙제를 다 하고 나면 언제나 콧구멍에 시커먼 그을음이 앉았던 어린 날의 등잔살이. 내가 좀더 밝게 하려고 등잔 심지를 빼놓으면 석유 한 방울이라도 아끼려는 어머니는 어느새 심지를 도로 짤막하게 해놓곤 하던….

궁벽한 마을에 전깃불이 처음 들어온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똑딱이 단추 같은 스위치를 꾹 누르자 형광등 불빛이 대낮처럼 환하게 방 안을 밝혔다. 등잔불만 켜놓고도 어두운 줄 모르고 살다가 전깃불이란 것을 보니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하여 그 순간부터 방안 한가운데를 차지했던 등잔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서 헛간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모르긴 해도 다른 집의 등잔도 대부분 같은 까닭으로 방 안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옛날 우리네 등잔은 재료에 따라 나무·토기·사기·철 등이 있었으나, 근래까지 가장 많이 사용한 등잔은 역시 사기로 된 것이다. 한지와 솜 따위의 심지꽂이를 한 등잔이 바로 그것으로, 위에는 심지를 꽂은 뚜껑이, 아래쪽에는 손잡이가 달린 기름 넣는 잔이 한 쌍이었다. 반면 등잔대는 나무로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등잔대는 크게 등잔받침, 대, 밑받침으로 나뉘었으며, 밑받침은 재떨이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홈을 파놓는 경우가 많았다. 본래 우리네 전통 등잔은 기름을 담은 접시 모양의 그릇에 달랑 심지를 올려 불을 붙이는 방식이었는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심지를 꽂은 사기 등잔이 생겨났다.〉 ●





토끼풀 꽃 세 송이 잇고 또 이으니…

주말에 자녀와 야외로 나가면 무엇을 하는가. 산책 아니면 외식? 혹은 문화 공간 관람?  초록물이 물씬한 들로 나간다면 오랜만에 ‘토끼풀 화관 만들기’는 어떨까. 블로그 이그림씨(blog.daum.net/egrim/5020989)가 그 즐거움을 전한다.        


〈행운을 상징하는 토끼풀. 어느 곳에나 있는 사과 향의 토끼풀 화관. 올해로 4년째 ‘토끼풀 화관 번개’를 열었다. 토끼풀은 가능한 한 줄기를 길게 뜯는다. 꽃은 활짝 피고 굵은 게 좋다. 만드는 방법. 토끼풀꽃 세 개를 모아 그 중 하나를 세 바퀴 정도 돌려서 고정시킨다. 그리고 다시 세 개를 그 위에 올려놓듯이 해서 다시 줄기를 돌려서 고정시켜 나간다(위 왼쪽 사진). 같은 방법으로 계속 작업하면 둥근 화관이 완성된다. 애기똥풀꽃이나 패랭이꽃을 중간 중간에 넣으면 더 멋지다! 화관은 원하는 크기로 적당히 만든다. 어렸을 적에 꽃반지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쉽게,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




터널에서 맛보는 달큰알큰 감 와인

대구 동남쪽에 위치한 청도는 감과 소싸움의 고장이다. 또 새마을 발상지와 비구니 사찰 운문사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곳에 국내에 하나뿐인 이색 카페가 숨어 있다. 블로거 눌산(ozikorea.tistory.com/272)이 얼마 전 그곳을 다녀왔다.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산자락에 위치한 와인 터널. 2년 전에 어둠이 가득했던 터널을 와인 숙성 저장고와 카페로 바꾸었다. 이곳 터널은 일제가 대한제국 말기(1898년)에 건설해 1905년부터 경부선 열차가 지나다녔다. 그러나 경사가 급한 산중턱에 위치한 탓에 1937년 다른 터널이 뚫렸고, 그 뒤로는 바람과 어둠이 지나다니는 터널이 되었다. 완공된 지 100년이 넘은 터널이지만, 2년 전 모습을 바꾼 뒤에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다. 붉은 벽돌로 쌓은 천장과 자연석을 두른 벽면, 아치형 천장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자 빼곡히 쌓아놓은 와인이 눈에 들어온다. ‘감그린’이란 라벨이 붙은 청도 감 와인이다. 와인의 맛은 어떨까. 청도의 바람과 소리와 흙의 기운을 머금은 감이 빚어낸 술 맛이 일품이다. 즉석에서 와인을 시음할 수 있고, 구입도 가능하다.

도심에서는 맛볼 수 없는 터널 와인 카페. 그 덕에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참고로, 폐 터널을 이용한 숙성 저장고는 충북 충주와 옥천에도 있다. 그렇지만 그곳은 김치 숙성고로 사용한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