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를 보는 미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중국도 3월 중순께 눈치를 챘다고 한다. 그전만 해도 중국의 강경파 군부 인사들은 미국이 센카쿠나 스카보로초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장담해왔다. 그러다 미국이 대결 불사의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과 필리핀에 대한 영유권 분쟁 정책을 계속 펼 경우 미군과 충돌할 가능성도 대두했다.

센카쿠나 스카보로초 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분쟁 정책은 의도적인 것이었다. 중국 대미 정책의 핵심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몰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산업시설 등이 위치한 연해부로부터 미군을 되도록 멀리 떼어놓기 위한 ‘접근 저지 및 영역 거부(A2/AD)’ 전략과 더불어, ‘통합과 헤지’를 기본으로 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거꾸로 활용하는 분쟁 유도 전략을 구사해온 이유다. 즉, 중국을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끌어들이고(통합), 한국·일본·필리핀 등과의 동맹 및 준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헤지)하는 게 미국의 기본 전략이라면, 중국은 일본·필리핀 등과의 영유권 분쟁을 통해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과의 경협을 택할 것인지, 동맹국에 대한 의리를 택할 것인지 선택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당분간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5월 초쯤 중·일 간 교섭이 본격화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신 베트남이 유탄을 맞았다. 중국 내부의 경제 불만, 최근의 저우융캉 사태 같은 정치적 불안감 때문에 외부와의 적당한 분란이 필요하다. 5월 초 파라셀 군도에 느닷없이 석유 굴삭작업을 시작해 베트남과 분쟁을 야기한 것 역시 의도적인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지난 7월11일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 갑판에 전폭기 등이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1일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 갑판에 전폭기 등이 줄지어 있다.
이 와중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7월3일 한국을 방문했다. 어떤 맥락일까? 앞으로 있을지 모를 미국과의 신냉전에 대비해 중국은 지금 창과 방패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잠수함 서너 대가 이미 남중국해를 비롯한 잠수함 기지에 배치돼 있다. 이들 원자력 잠수함에는 사정거리 7400㎞에 이르는 핵미사일(SLBM)이 장착돼 있다. 미국이 만약 중국을 핵으로 선제공격하려 할 경우, 이들 원자력 잠수함이 남중국해를 벗어나 미국 본토에 접근해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공격을 차단하게 된다.

세 나라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탐내건만…

원자력 잠수함이 중국의 창이라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에 대항해 2016년부터 중국 연안에 배치하려는 러시아제 최신 방공미사일 S-400은 방패에 해당한다. 중국의 미사일 기지를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 4대가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양상이었다. S-400은 바로 이 순항미사일 공격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무기다. 그런데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한국의 미 공군기지에서 베이징을 겨냥해 발사하는 미사일이나, 미국 잠수함이 한국 서해로 접근해 근접 거리에서 발사할 경우에는 방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즉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간의 전쟁 양상을 뒤바꾸는 사활적 중요성을 띠게 된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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