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 돈을 더 달라꼬 했나 머라 캤나. 고압전선이 마을 위로 가게 하지 말고 땅에 묻어달라꼬 한 거 그거뿐인데 그기 뭐라고 이 난리고….”

7월2일 저녁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망루 농성장에 다녀오는 할머니들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더 무겁다. 신고리 원전에서 북경남 변전소를 거쳐 대구에 이르는 송전선로의 마지막 농성장인 이곳을 철거하기 위해 한국전력이 얼마 전 법적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에 대한 비난 여론 때문인지, 이번에는 용역이나 경찰도 합법적으로 농성장을 철거할 수 있는 ‘대체집행’을 법원에 신청했다고 한다. 1억7000만원짜리 손해배상 소송은 덤이다.

늦은 오후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들은 오늘도 궁금하다. 자신들 머리 위에선 괜찮다던 고압전선들이 왜 도시로 들어가기 직전에는 다 땅에 묻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물음들을 그냥 땅에 묻을까? 울분도 땅에 묻을까? 이래도 저래도 저 고압전선을 머리에 이고는 못 살지 싶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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