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로 모든 이의 시선이 진도 현장으로 쏠렸다. 그 시선을 대신해주는 존재는 당연히 언론이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제대로 된 내용을 보도하지 못했다. 결국 기자들은 ‘기자+쓰레기’를 뜻하는 ‘기레기’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큰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의미심장한 에피소드가 전해졌다. 침몰 사고 후 사흘째 되던 날, 기성 언론의 영상 취재를 강하게 거부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유일하게 ‘아프리카 TV’에게만 취재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왜 실종자 가족들은 ‘아프리카 TV’만 취재를 허용했던 것일까. 실마리는 ‘실시간’에 있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영상은 ‘뷰파인더 안에서의 진실’이긴 하지만, 최소한 전후 맥락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낮다고 직감한 것이다. 이것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사람들은 실시간 영상은 의도된 왜곡이 적을 것이라고 유추한다.

ⓒ한국기자협회 제공실시간 영상 역시 ‘뷰파인더 안의 진실’이지만, 사람들은 의도된 왜곡이 적을 것이라고 유추한다.
실시간 동영상을 제공하는 이들은 개인이나 아주 작은 조직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하나의 실시간 중계 콘텐츠를 만드는 데 많은 이의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 사람이 실시간 영상을 보내줄 수 있는 서비스에 가입해서 당장이라도 무엇이든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게 가능하다. 장비도 기껏해야 노트북, 비디오카메라, 그도 아니면 최신 스마트폰 한 대로 충분하다.

최근 구글이 실시간 게임 화면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Twitch)를 약 1조원의 가치로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야후가 HD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레이브이(RayV)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소식도 연달아 외신에 보도됐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올해 초부터 알려졌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라며 일반인이 자신의 일상을 손쉽게,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하루 종일 먹기만 해도 돈을 번다니까

일찍이 〈뉴욕 타임스〉는 현 세대를 두고 인터넷으로 일상을 ‘모두 말하는 세대’(tell-all generation)라 명명한 바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일상을 소셜 미디어에 거리낌 없이 공개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미포머(meformer: me+informer)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사사건건 자신의 족적을 남기는 ‘인증족’ 역시 비슷한 부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실시간 동영상이 대세인 점을 반영한다면, 이들을 ‘자방 세대’(自放世代·self-cast generation)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싶다.

사람은 다중적이어서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잊힐 권리’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다. 가장 파괴력이 큰 방식이 바로 실시간 방송이다. 시간이나 전파의 제약에 의해 소재가 제한받지 않는다. 극소수라도 꾸준히 누군가 와서 봐줄 수 있는 독창적 영상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질 수 있다. 마치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보이는 지구 영상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실시간으로 보여주듯 말이다.

따라서 TV산업의 종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11년 ‘유튜브가 종편보다 훨씬 세다’(〈시사IN〉 제217호 참조)에서 방송산업의 변화를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변화의 속도가 빠를 줄은 나 자신도 몰랐다. 하루 종일 이것저것 먹는 자기 모습을 영상으로 중계(먹방)하면서 돈 버는 사람이 생겨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기자명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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