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인 4월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공공기관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내려보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공식 명칭)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는 상황인데요. 일부에서 유언비어와 악성 댓글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에 BH에서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 SNS 채널에 이를 자제해달라는 메시지 전파를 요청했습니다.”

〈시사IN〉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공공기관에 내려보낸 SNS 대응 지침을 입수했다. 여기에서 BH는 ‘Blue House’의 약자로 청와대를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산하 공공기관에 요청한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4월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공공기관에 SNS 활동을 요청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려보냈다.


“1. 아래와 같은 내용(악성 댓글·유언비어·괴담 자제 등)을 SNS 채널(트위터나 페이스북) 성격에 맞게 꾸며 올려주세요. (온라인의 예민한 반응을 고려해 꾸며주시길 바랍니다.) (RT는 http://bit.ly/1l5IUOx) 2. 관련된 내용을 올린 기관은 댓글로 그 URL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3. 산업부와 유관 공공기관이 하고 있는 구조활동 지원 내용을 공유 부탁드립니다. http://on.fb.me/Rqtw2g.”
명목은 악성 댓글 자제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유언비어 단속과 무능한 정부를 질타하는 여론을 반박하는 내용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4월17일 가장 먼저 트위터에 관련 내용을 담은 트윗을 남겼다. “일부 악성 댓글과 유언비어 등은 (세월호) 피해자분들과 가족분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해당 트윗은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을 포함해 34회 리트윗되었다.

트위터뿐 아니라 페이스북을 활용해서도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내용을 퍼뜨렸다. 4월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 페이스북에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한 유관 부서의 대처를 홍보했다. “한전은 해저 케이블 순시선인 보고2호(38t)와 청해2호(17t)를 사고 당일 오전 침몰 현장에 급파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구조자 임시 수용소와 팽목항에 전기설비를 긴급 가설했다. 전기안전공사는 전남지사 인원을 파견해 전기안전시설을 점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대기 중이다. 가스안전공사 역시 현장에 직원들을 파견해 가스 시설을 점검하고 대기하고 있다.” 이 페이스북 내용은 4월30일 현재 한전광주전남, 한국석유공사 등 산하 공공기관을 포함해 23회 공유되었다.

 

 

 

4월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공공기관에 SNS 활동을 요청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려보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침에 나온 BH 부분은 담당자의 실수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BH라고 말하면 (공공기관이) 잘 협조해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넣은 것이다. 실제로 BH가 지시한 적은 없다. 그 부분은 사전 공감 내지는 협의 정도로 보면 된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의 공식 트위터에서도 세월호와 관련한 정부 주장을 서로 리트윗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4월22일 해양경찰청은 해경 공식 트위터에 “일부 SNS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간인 다이버 참여 기회 제한’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현재 사고 해역에는 700여 명의 해경, 군 특수부대, 구난업체 전문 잠수요원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남겼다. 그러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보훈처, 방위사업청,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공식 계정이 이 내용을 일사불란하게 리트윗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정부 43개 부처 기관의 온라인 대변인 협의체가 있는데 여기서 (세월호 침몰 참사 대응에 대해) 협의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재난 컨트롤타워 대신 ‘댓글 컨트롤타워’?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트위터 또한, 같은 날 해양경찰청의 주장을 그대로 옮겼다. 다만 문장을 다듬고, ‘[정보]’라는 머리말을 추가했다. 외교부 공식 트위터는 “일부 SNS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간인 다이버 참여기회 제한’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면서 링크를 첨부했다. 누르면 해양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으로 간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 부처가 ‘정권의 입장을 홍보하는 SNS 대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사IN〉이 입수한 또 다른 지시 사항을 보면, 지난 3월 의료계 집단 휴진 때도 SNS 지침이 행정부서에 내려졌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영리병원 설립과 원격의료에 반대하며 집단 휴진에 들어가자, 정부는 ‘의료계 불법 집단진료 거부 관련 홍보 콘텐츠 확산 협조 요청’을 각 부서에 퍼뜨렸다.

관련 홍보지침을 전하며 “의료기관 불법 집단 거부 관련해 중앙부처 전체가 홍보 협조 요청을 보내고 있다. 그 실적을 작성해서(옥외광고판/홈페이지 배너 등) 보내주길 바란다”라고 한 것이다. 홍보 콘텐츠는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마이크로 홈페이지를 참조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궁금증 풀기 10문10답’ ‘그림으로 보는 정책’ ‘쉽게 알려드립니다’와 같은 코너가 구성되어 있다. 궁금증 풀기 10문10답에는 ‘원격의료가 도입이 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동네 병원이 문을 닫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영난에 직면한 동네 의원 운영에 도움이 된다’와 같은 정부 쪽 주장이 쓰여 있다.

역시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정부 부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도 이런 지침은 내려오지 않았다. 이번 정부 들어 의료파업·철도파업 같은 사회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 입장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라는 SNS 지침이 계속 내려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각 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에도, SNS상에서 대다수 정부 부처를 동원해 정권 홍보에 치중하라는 지시에 공무원 사이에서도 “이러다 (공무원 전체가) 댓글부대가 되는 것 아니냐”라는 자조가 나온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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