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나들이 전에 바깥 날씨를 점검하는 것은 필수다. 여기에 이번 겨울, 확인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미세먼지 농도’다. 날씨가 풀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바깥으로 나가려 해도 탁한 공기가 발목을 잡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주의보’니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울려대는 이 겨울, 한반도 상공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올겨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막상 그 정체가 알쏭달쏭한 미세먼지. 그에 관한 네 가지 의문을 풀어보자.

ⓒ연합뉴스수도권 일대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1월2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가 뿌옇게 보인다.
 미세먼지는 황사보다 더 위험하다?

이제껏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깥 공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창문을 닫는 대표적인 시기는 봄철 황사 때였다. 하지만 이번 겨울, 황사가 오지 않았는데도 공기가 탁하고 시정(視程)이 짧은 경우가 잦았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이럴 때 황사보다 더 위험한 미세먼지가 온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사실 미세먼지와 황사는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PM)는 말 그대로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다. 먼지 입자의 크기에 따라 PM10(지름 10㎛ 이하), PM2.5(지름 2.5㎛ 이하)로 나뉘어 측정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PM10을 미세먼지, PM2.5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이 개념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성분이 아닌 입자 크기로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황사 때 날아오는 흙먼지 또한 미세먼지의 일종이다. 황사 예보를 낼 때도 미세먼지 예보를 낼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 PM10 농도를 기준으로 삼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는 대개 공장이나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미세먼지라는 용어를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를 제외한, 인위적 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오염물질) 미세먼지로 한정해 사용하는 셈이다.

이 (오염물질) 미세먼지와 황사 미세먼지는 그 발생과 이동 경로가 매우 다르다. (오염물질) 미세먼지는 국내외(특히 중국 동부 지방) 공장·자동차·난방기구 등에서 발생해 비교적 가벼운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이때 PM 농도는 기상 조건뿐 아니라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반면 황사는 중국 내륙 사막의 흙먼지가 한반도까지 이동해오는 자연현상을 말한다. 이제껏 (오염물질) 미세먼지는 환경부에서, 황사는 기상청에서 측정하고 예보해온 것도 이렇게 둘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베이비뉴스 제공시민단체 관계자가 중국발 대기오염을 해결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황사와 (오염물질) 미세먼지를 구분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둘이 뒤섞여 오거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달아 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장임석 연구관은 “황사가 중국 공단이나 대도시를 지나오게 되는 경우에 흙먼지뿐 아니라 많은 오염된 미세먼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황사 예보를 담당하는 기상청과 미세먼지 예보를 맡은 환경부가 최근 통합 예보실을 설치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황사와 (오염물질) 미세먼지를 따로 구분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현재의 미세먼지 측정과 예보 기준이 전면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초미세먼지는 ‘소리 없는 살인마’?

그럼에도 미세먼지에 특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지름 2.5㎛ 이하의 미세먼지, PM2.5 때문이다.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PM10에 더해 PM2.5는 그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코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허파꽈리)까지 직접 들어가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발생률, 사망률까지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 베이징 대학 공공위생대학과 그린피스가 발표한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중국 주요 대도시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8572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는 뇌졸중 환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PM2.5의 농도가 15~40㎍/㎥인 곳에서 24시간 노출되면 급성 뇌졸중 위험도가 34% 높아진다고 발표했다(참고로 지난 1월22일 서울에서 85㎍/㎥를 넘는 PM2.5 농도가 2시간 이상 지속됐다). 지난해 10월 세계보건기구(WHO)는 PM2.5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PM2.5가 최근 우리나라 대기 중에 떠도는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수도권의 대기 중 고농도 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 PM2.5(초미세먼지)가 전체의 6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발전소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황산염과 자동차 배기가스로부터 나오는 질산염이었다.

 미세먼지, 겨울만 지나면 안전하다?

겨울은 미세먼지 피해가 커지기 쉬운 계절이다. 중국에서 겨울철 추위를 이기기 위해 사용하는 난방 연료는 주로 석탄인데(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전 세계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PM10과 PM2.5의 주요 배출원이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의 PM2.5 농도가 993㎍/㎥(세계보건기구 기준은 25㎍/㎥. 40배를 초과했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구나 올겨울 우리나라 기상 조건은 중국에서 흘러온 미세먼지 덩어리를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작용을 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의 ‘온(溫)’을 담당하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안개가 자주 끼고 기온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등 대기가 안정된 날이 많았다. ‘대기 안정’이란 곧 흘러온 공기가 갇혀서 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니 흘러온 미세먼지 역시 우리 곁에 오래 머물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난방 수요가 높고 한반도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겨울만 지나면 미세먼지가 좀 약해질까? 난방 연료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중국이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한 중국에서 건너오는 유해 미세먼지가 앞으로 감소할 확률은 희박하다. 지난해 11월 폴란드 바르샤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9)에서 발표된 ‘중국 미래 기후전망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2022년까지,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205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이동성 고기압은 겨울뿐 아니라 봄철과 가을철에도 빈번히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은 “강수량이 많고 대기가 불안정한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미세먼지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모두 중국 탓?

최근 미세먼지라는 단어 앞에는 대개 ‘중국발(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08~2009년 서울대보건대학원 이승묵 교수팀이 서울과 강화도에서 대기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장거리 이동의 영향, 특히 중국의 영향이 약 60%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밝힌 연구 결과를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전부가 중국 책임은 아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초미세먼지 성분 분석 연구에서 (중국에서 가까운) 백령도는 주로 발전소나 공장에서 발생되는 황산염 입자 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되는 질산염 입자의 비율이 3대1인 데 비해 서울·대전·광주 등 대도시 지역의 황산염 대 질산염의 비율이 1대1인 점 등을 들어 “초미세먼지의 최대 원인을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로 단정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적어도 대도시 초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은 국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비롯된 것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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