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물고기와 불붙은 용이 ‘둥둥’

요즘 서울의 청계천은 낮보다 밤이 훨씬 좋다. 5월12일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다양한 모양의 색색 등불이 둥둥 떠다니기 때문이다. 블로거 ‘도깨비’(blog.daum.net/386dokebi)가 그 현장을 다녀와 느낌표(!)를 남겼다.

〈며칠 전부터 서울 청계천 물에 멋진 종이 등불이 떠다닌다. 세모의 휘황찬란한 조명과는 또 다른 멋과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다. 금빛 탑과 북, 불이 붙은 듯한 용과 연꽃, 황금빛 물고기와 거북이…. 그 은은한 불빛과 화려함에 탄성과 함께 시 한 수가 절로 나왔다.〉

사월 청계천에서   
조금씩은/말이 필요 없는 때도/있는 법이다
열정의 혼이/얼마나 뜨거웠으면/
사람의 손길이/이리도 아름다울까!
초파일 맞은 오월 공양/죽은 부처님보다/
산 사람들의 마음이/먼저 밝아지다!


방귀 쉭쉭 뀌는 르완다의 고릴라

아프리카의 르완다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비극의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그곳에 파견 나가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이 보기에는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깃든 나라이다. 어느 날 아침, 르완다에 나가 있는 KOICA 단원 블로거(nuton.tistory.com)가 숲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가 그곳에서 본 것은?

〈어느날 행운이 찾아왔다. 르완다·콩고·우간다·접경지대에서만 산다는 마운틴고릴라를 보러 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고릴라를 보려면 500달러라는 큰돈을 내야 했지만, 일생에 단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라서 따라나섰다.

고릴라는 하루에 단 56명만이 볼 수 있다. 7개 서식지에서 8명씩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운 좋게 가장 사교성 있고, 수컷 고릴라(실버백)가 네 마리나 있는 수사(Susa)라는 고릴라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가니 눈앞에 고릴라가 나타났다. 적어도 7m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는 경고문이 있었지만, 우리는 1m 앞까지 다가갔다.

사람과 흡사한 야생 영장류가 코앞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수컷은 가까이 못 오게 경고하듯이, 사람 앞으로 슬쩍 다가와 주변의 나무를 툭툭 치고 갔다. 그 탓에 고릴라가 공격하는 줄 알고 어찌나 혼비백산했던지.

고릴라 근처에 갔더니 암내가 진동했고, 방귀도 쉭쉭 뀌어댔다. 때때로 대나무도 맛있게 먹어치웠다. 수컷 원숭이 실버백(사진)이 고릴라 그룹의 우두머리였는데 무리를 보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끔 (킹콩처럼) 가슴도 쿵쿵 쳤다. 그 큰 녀석이 다가올 때 어찌나 가슴이 쿵쾅거리던지…. 만약 누군가 르완다에 온다면 고릴라 관광을 적극 추천한다. 야생 영장류와의 조우는 누구에게나 환상적일 테니까.〉

녹차 밭 아가씨 웃음소리

오월에는 사방 어디든 갈 만하고, 볼 만하다. 전남 보성의 녹차 밭은 오래전부터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블로거 ‘김천령’(neowind.tistory.com)이 이른 봄 그곳을 다녀왔다.

〈영취산 진달래를 보러 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봄꽃이야 어디엔들 피어 있고, 굳이 사람 붐비는 곳을 찾는 수고로움을 덜고 싶었다. 대신 봄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사실 나는 봄꽃보다 연둣빛 잎사귀를 더 좋아한다. 봄바람이 뺨을 살랑살랑 적실 때 연둣빛 나뭇잎을 보노라면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

나무가 연둣빛을 발해야 진정한 봄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보성 녹차 밭이다. 녹차 밭 가는 길은 우람한 삼나무 터널이다. 특히 연인이 많이 왔다. 아가씨들의 웃음소리가 녹차 향에 실려 온다. 쾌활하다. 봄의 아가씨 웃음소리만큼 상큼한 것이 또 있을까.

…10년 전에 오고 처음이다. 그때는 이곳에 오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없다. 1939년 우리나라 차 재배지를 찾던 일본의 차 전문가들이 이곳을 점찍었다. 1941년 인도산 차나무를 심으면서 기업식 재배가 시작되었다. 따뜻한 날씨와 강우량은 조금 못 미쳐도 아침저녁 안개가 습기를 보충해주어 차나무가 잘 자라는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에서 차가 재배된 것은 훨씬 예전부터다. 보성 녹차 밭 산책은 지금이 적기이다. 오월을 넘어서면 녹차 잎이 지금보다 더 푸르겠지만, 땡볕이 온몸을 태우고 만다.〉

경운기 ‘허니문 카’ 세상을 웃기다

4, 5월에는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멋진 ‘허니문 카’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에 이색 허니문 카가 등장했다. 블로거 ‘폭포에서’(blog.joins.com/ysh3016)가 그 멋진 현장을 중계한다.

〈조카의 결혼식이 제주 컨벤션센터에서 있었다. 주위 경치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천국 같았다. 창문 너머로는 관광단지와 군산오름 그리고 중문해수욕장이 보였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결혼식장에서 식이 끝나자마자 황당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에 안개꽃으로 장식한 ‘경운기 허니문 카’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 신랑·신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이 그 뒤에 올랐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기사’가 기어를 중립에 놓고 시동을 거는데 ‘끼이끽’ 소리만 나고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웃고, 기사는 당황해하고…. 방전이 틀림없었다.

기사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연장통에서 연장을 꺼내 수동으로 시동을 건다. 온몸을 던져 돌리고 또 돌리자 드디어 경운기가 퉁퉁퉁~ 소리를 내며 출발.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신랑·신부는 함빡 웃음을 머금고 신나게 손을 흔든다. 축하, 축하! 경운기 허니문 카처럼 힘차고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

※ 블로거의 양해를 얻어 이야기를 새로 구성했습니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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