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일 국회 본회의장 대형 화면에 ‘조커’가 떴다. 북한 인공기를 배경으로 빨갛게 찢어진 조커 입을 합성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의 모습이었다. 포스터 한쪽에는 ‘북한의 조커 김X진’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그 얼굴을 스크린에 띄운 건 김 의원 자신이었다. 국방부 사이버사령부가 심리전을 펼친다는 명목으로 온라인에 올린 이미지 중 하나였다.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올린 그림은 그 외에도 많았다. 김 의원실에서 입수한 사진 파일을 보면(두 번째 사진 참조), G20을 치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특정 언론사를 ‘한걸레’로 비하하며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뇌물왕이라고 비아냥대는 웹자보를 만들어 유포했다. 심지어 논객 변희재씨가 진중권씨를 향해 총을 쏘는 합성사진도 있었다. 북한을 상대로 온라인상에서 심리전을 펼친다는 국방부의 본래 주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이버사령부의 국내 정치 개입을 지난 6월부터 추적해온 김 의원을 1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전·현직 군인들로부터 제보는 언제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나?
지난 6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쓰는 기관을 살펴보았다. 사이버사령부가 예산을 50억원씩 받아쓰더라. 국정원으로부터 왜 이렇게 돈을 받나 싶어 국방부에 자료를 요청하고 보니 심리전단을 운영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전·현직 군인들을 접촉했다.
 

ⓒ시사IN 조남진김광진 의원(위)은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보다 효과적인 심리전을 펼쳤다”라고 말했다.

이번 제보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현역 군인이 제보를 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현역 신분이라는 한계 때문에 양심고백이라고 할 수는 없다. 크로스체크를 위해서 전·현직 군인을 만나다 보니, 그 가운데 팩트를 말하는 군인들이 있었다. 자신의 녹취가 공개되어도 된다는 분도 있고 사실관계 정도만 확인해준 분도 있었다.

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런 확인도 쉽지 않았을 텐데, 제보의 신빙성은 있는지?
크로스체크를 해보니 다 맞았다. 국정원과 다른 분위기가 군에는 있다. 국정원은 어찌됐든 요원들의 변호사비까지 대주면서 자기 직원을 지키는데, 국방부는 개인 일탈이니 알아서 책임지라고 한다. ‘위에서 시켜서 해놓고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상황이 초래되니 이분들이 입을 여는 것이다.

제보를 바탕으로 여러 의혹을 제기했는데 국방부 반응은 어떤가?
지금까지 겪은 국방부 특성상, 처음부터 우리가 가진 카드를 다 공개하면 안 된다. 그래서 처음에 민주당은 사이버사령부 트위터 아이디 2개를 공개했다. 처음에는 절대 없다고 하더니 바로 인정했다. 그 다음에 7개, 그 다음 13개, 지금은 40개 아이디까지 드러났다. 처음에는 다 아니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다 인정했다.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연계되었다고 보는 건가?
시기와 정황이 딱 맞물려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09년 국정원장이 되고, 이종명 합참 대북심리전 부장이 2011년 4월에 국정원 3차장으로 부임한다. 같은 해 12월 연제욱 현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그전의 사이버사령관은 국정원과의 연계에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 시간에도 사이버사령부 요원 2명은 국정원에 가 있다. 이른바 컨트롤타워라며 공식적으로 해야 할 업무를 위해 파견했다고는 하는데, 그건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특수활동비가 군인에게 큰 매리트”

사이버사령부에 주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도 두 기관 간의 연계고리로 보는 것 같다.
맞다. 2010년만 해도 0원이었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2011년 30억원 가까이에서 시작해 2013년에는 50억원이 넘는다. 초대 사령관은 국정원 돈을 그렇게 받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두 번째 연제욱 사령관으로 바뀌면서 국정원 예산이 확 늘었다. 돈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추적했다. 우리가 접촉한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다 인센티브 비용이다. 첩보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특수 활동을 위한 기밀문서를 만드는 데 쓰이는 비용이기보다는, 월급 수당을 조금 더 주는 데 쓰인다. 사이버사령부 요원이라고 해봤자 중사나 7급은 월급이 200만원밖에 안 된다. 그러니 특수활동비로 50억원의 절반 가까운 돈을 현금으로 주면, 큰 매리트가 된다. “특수활동비가 큰 매리트”라는 말은 “법률 위반이 두렵지 않았나”라는 우리의 질문에 실제 요원들이 한 대답이었다.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퍼뜨린 이미지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진보 진영 인사를 비하하는 내용이다.

국정원 트윗 121만여 개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사이버사령부 사이버심리단 운영팀장인 정 아무개 군무원의 표창 공적 내역을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국가·국방 정책 및 국가보위를 위한 공세적 사이버심리전 홍보활동 시행 관련 목표를 초과달성했으며(계획 2000만 회, 성과 2300만 회) G20 정상회의 등 비난 여론을 적기에 대응해 비난 여론 차단에 기여함(1864회).’ 이 공적조서 자체가 개인적인 일로 볼 수 없는 명백한 증거 아닌가. 계획이란 게 제시되고 목표를 넘겼다는 말 자체가, 계속해서 군에서 관리하고 체크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한 사람이 온라인상에 단 댓글 등이 2000만 회가 넘는다고 한다면, 사실 추가로 발견된 국정원의 121만 건 트윗조차도 빙산의 일각으로 봐야 한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과 달리,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개인 블로그나 자신의 트위터로 신원이 드러나게 활동한 이유를 뭐라고 보나?
그 차이점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국정원은 말 그대로 정치 개입을 하려 했다. 정치 개입과 관련한 글 확산이 포인트였다. 반면 국방부 심리전단 요원은 이게 자신들의 본업무라고 생각했다.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은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게 한다는 (활동의) 원칙이 있었다. 아주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인식시켜야 했다. 예를 들어 ‘워킹맘’ ‘헬스트레이너’처럼 육아나 헬스 관련 글을 올리다가, 가끔 군과 관련한 이야기를 끼워넣는 식이었다. 국정원보다 훨씬 효과적인 심리전을 벌였다.

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건 초등학교 상식만 가져도 알 수 있다.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장관 직할 부대다. 벌써 언론에서 ‘조사는 했으나 최종 처분은 장관에게 일임한다’는 말이 나온다. 범죄인한테 판사 노릇까지 하라고 하는 격이다. 이 사건의 지휘·관리 책임이 있는 장관에게 판단하라는 건 ‘어느 선까지 꼬리를 자를까요?’라고 묻는 거다.

그럼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사실 특검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니까 숨김없이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조사권과 수사권이 없는 국회의원조차도 열심히 하면 사이버 요원 40명 아이디와 신원을 확보할 수 있다. 특검은 의혹은 있으나 조사권이 없어서 밝히지 못한 걸 밝히기 위한 수단이다. 특검의 결론이 이 사건의 결론이 된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기자명 고제규·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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