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경기 50골. FC 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의 2011-2012 시즌 리그 기록이다. 신장 169㎝, 체중 67㎏에 불과하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시쳇말로 ‘양민학살’(스포츠나 게임에서 너무 실력 차이가 큰 상대를 이기는 경우)을 일삼는 그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그런데 만약 FC 바르셀로나를 제외한 다른 팀 감독들이 모여 이런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면 어떨까? “메시는 돌연변이다. 신체검사를 받아 인간임을 증명해야 한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진짜’ 일어났다.

잔혹한 상상력의 피해자는 여자축구 WK리그에서 뛰는 박은선(27·서울시청) 선수다. 이번 시즌 득점왕(22경기 19골)에 오르면서 서울시청을 준우승까지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팀 감독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 6개 팀 감독이 모여 “2013년 12월31일까지 (박은선의) 출전 여부를 정확히 판정하여 주지 않으면 6개 구단은 2014년도 시즌 출전을 거부한다”라는 대단한 결의를 했다. 누리꾼들은 이 감독들에게 “당신들은 어느 별에서 왔나”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똑같은 반응은 대한축구협회에도 쏟아졌다. 대한축구협회가 박은선의 성별 확인 기록을 분실한 것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직전에 받은 성별 검사에서 여성임을 증명받았지만 정작 그 기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박은선 선수는 페이스북에 “그때(올림픽, 월드컵)도 어린 나이에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수도 없다”라고 적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하는 동안 잔혹한 상상력을 발휘한 이가 있다. 박 대통령과 동행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다. ‘유럽 순방 8보’라는 제목으로 김 의원은 “마지막 밤을 브뤼셀 호텔방에서 쓸쓸히 보내고 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는 곧 비분강개 모드로 빠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한 교민들에게 “이번에 시위한 사람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라고 별렀다. 김 의원의 창의력은 남달랐다. 심지어 “채증사진 등 관련 증거를 법무부를 시켜 헌재에 제출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법무부를 시켜’라는 말도 해석 불가인 데다, 그것을 왜 헌법재판소에 넘기겠다는 건지, 누리꾼들은 “김 의원님은 어느 별에서 왔습니까”라는 반응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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