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비즈니스는 소셜과 모바일이 주목받기 시작한 2010년 이래 가장 확실한 수익 모델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콘텐츠 유료 결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유독 높은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광고와 제휴 이벤트, 유료 아이템 결제 등을 통해 거의 유일하게 직접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라서다. 특히 지난해 7월30일 안드로이드 OS를 시작으로 서비스 중인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은 시장의 신념을 더욱 강화시켰다.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던 게임은 ‘애니팡’이었다. 애니팡은 제한 시간 1분 이내에 동물 모양의 타일을 전후좌우로 움직여 타일을 많이 제거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간단한 방식의 ‘캐주얼 게임’이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들끼리 주간 최고점수를 겨룰 수 있고, 시간당 플레이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해 콘텐츠 소모를 최소화하며, 카카오톡 친구들끼리 플레이 횟수를 추가로 선물할 수 있는 ‘하트’ 시스템을 채택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도입해 큰 인기를 끌었다.

ⓒ연합뉴스애니팡을 즐기는 중·장년층 유저(위)를 흔히 볼 수 있다.
애니팡은 출시 1년 만에 설치 사용자 2600만명, 일일 사용자 1000만명을 기록했으며, 2013년 10월 말 현재까지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4위, 카카오톡 게임센터 매출 순위 5위를 기록 중이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애니팡은 2012년 9월 추석 연휴에 주간 사용자 1265만명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었는데, 이 기록은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히트 게임들이 도달하지 못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남아 있다.

애니팡의 롱런 비결로 흔히 꼽는 것이 바로 30~50대 사용자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도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돋보기 안경을 끼고 애니팡을 플레이하는 중·장년층 유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10대나 20대의 게임 열기를 이기기는 어렵겠지만, 애니팡 등의 모바일 게임은 중·장년층 유저들의 자투리 시간을 메우는 좋은 소일거리가 되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게임하는 중·장년층은 웹 기반의 온라인 게임에도 광범위하게 존재해왔다. 바둑·화투·장기 등 전통 놀이 기반의 캐주얼 온라인 게임을 통해 심리적 거리감을 좁힌 중·장년층은, 10대와 20대의 전유물이던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로 플레이 영역을 넓히기도 한다. 롱런하는 온라인 게임들 중에는 전문직이나 공무원 등 시간 활용 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중·장년층 충성 고객을 다수 보유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비교적 탄탄한 구매력을 갖추고 있어, 게임사로서도 현금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주는 효자 고객이 되곤 한다.

중·장년 ‘게임 고객’ 잡아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이처럼 게임 비즈니스에서 중·장년층은 반드시 잡아야 할 매우 중요한 고객군 중 하나다. 세 가지 정도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이들은 게임을 시작하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꾸준히 플레이하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중·장년층은 주변 지인들과의 정서적 유대가 강하기 때문에, 서로 게임 횟수를 늘려주는 메시지를 주고받아 가면서 게임을 꾸준히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젊은 사람들처럼 다른 게임으로 쉽고 빠르게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시지 않기 때문에 한 게임에 록인(lock-in)시키기 훨씬 쉽다.

큰 파도일수록 파도 밑의 공간도 커지기 마련이다. 뉴미디어의 높은 파도를 이끌어가는 젊은 세대의 흐름도 주목해야겠지만, 그 뒤에 있는 커다란 비즈니스 공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기자명 이종대 (트리움 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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