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많은 사람이 ‘싱글’을 ‘결혼 전의 한시적 신분’, 그러니까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구르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하는 상태로 여긴다. 그런 이들은 웬만한 일을 몽땅 결혼 후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TV 바꾸지 마. 결혼하면 어차피 새로 살 텐데.” “재테크? 결혼해야 돈이 모이지.” 하지만 내게 ‘싱글’이란 상당히 만족스러운 현 상태이자 어쩌면 평생 유지할지도 모르는 신분이다. 그래서 묻는 사람에겐 덕담을 섞은 인사지만 내겐 다소 무례한 질문인 “올해 좋은 소식 없어?”에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아, 있습니다, 좋은 소식. 10월 말쯤에요.” “오, 그래?” “예, 올해도 삼성 라이온스가 우승할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싱글’에 대해 환상 혹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십중팔구 평생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다. 독신 생활도 결혼 생활처럼 ‘생활’이다. 알콩달콩 잘 살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독립,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는 그냥 짐 싸서 부모님 댁을 나온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혼자 살지만 누가(이를테면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밀린 빨래와 냉장고 청소를 해주는 엄마가) 도와주지 않으면 결식아동처럼 끼니를 거르고 집먼지 진드기와 한 몸이 되어 뒹구는 건 독립이 아니라 ‘짠한 독거’라 불러야 옳다. 혼자 사는 싱글이 마냥 신나고 자유롭기만 할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 그래서 만들어봤다. ‘당신은 행복한 독신인가, 애잔한 독거인인가’ 테스트.

ⓒ롯데마트 제공꼭 엄마가 차려주는 밥이 ‘집밥’인가? 위는 대형마트의 ‘간편가정식’ 코너.

1) ‘집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a) 엄마가 차려주는 밥 b) 내가 한 밥 c) 단골 백반집의 밥.

2) 집 앞에서 “나 커피 한잔 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의 대답은? 

a) 우리 집에서? 너무 더러워서 나도 들어가기 싫은데? b) 혹시 카페라테 마시고 싶어? 그럼 우유 사가자 c) 야, 믹스 커피도 괜찮냐?

3) 다음 문장을 완성해보시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a) 엄마 보고 싶다 b) 구급상자의 해열제나 종합감기약 먹어도 차도가 없을 땐 ‘응급 의료정보 제공’ 어플을 켜서 가까운 응급실을 찾는다 c) 걸어서 10분 거리에 사는 독신 친구에게 전화한다.

4) 조용히 한잔하고 싶은 날엔? 
a) 휴대전화 번호부를 두세 번 정독한 후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은데 술 한잔 할 사람이 없다니!” 하며 현대사회의 피상적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탄식한다 b) 단골 바에 간다 c) 그저께 한잔한 ‘베프’에게 전화한다.

5) 명절 연휴를 혼자 보낼 때면? 
a) 동네 중국집들이 동시에 쉬는 건 담합이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린 후 쫄쫄 굶는다. 역시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 생각한다 b) 조조 상영으로 개봉 영화를 본다. 의류 매장에 수선을 맡기고는 바빠서 못 찾은 재킷도 받아온다. c) 귀경길이 슬슬 막힐 때쯤 뻥 뚫린 반대 방향으로 1박2일 여행을 간다.


독신 생활은 ‘살림왕 콘테스트’가 아니므로 살림 능력으로 섣불리 삶의 질을 논할 순 없다(물론 살림에 능한 쪽이 낫긴 하다). 하지만 만약 모조리 a)로만 답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혼자 살기 힘들 테니 어서 반듯한 동거인을 구하라(죄 없는 부모님 댁에 도로 들어가 폐 끼치는 것도 포함된다)고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독신이든 결혼했든, 이왕 사는 거 즐겁게 살아야지. 

일정한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은 게 여전히 ‘비정상’ 취급을 받는 한국 사회에서, 행복한 독신 생활을 담보하는 건 결국 온전한 독립뿐이다. 그러니 싱글들이여, 진짜 독립을 합시다. 그리고 기혼자들이여, 싱글들에게 좋은 소식 없느냐고 제발 좀 묻지 맙시다. 옛말에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요. 

기자명 신윤영 (〈젠틀맨 코리아〉 피처디렉터)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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