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싱글’에 대해 환상 혹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십중팔구 평생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다. 독신 생활도 결혼 생활처럼 ‘생활’이다. 알콩달콩 잘 살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독립,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는 그냥 짐 싸서 부모님 댁을 나온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혼자 살지만 누가(이를테면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밀린 빨래와 냉장고 청소를 해주는 엄마가) 도와주지 않으면 결식아동처럼 끼니를 거르고 집먼지 진드기와 한 몸이 되어 뒹구는 건 독립이 아니라 ‘짠한 독거’라 불러야 옳다. 혼자 사는 싱글이 마냥 신나고 자유롭기만 할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 그래서 만들어봤다. ‘당신은 행복한 독신인가, 애잔한 독거인인가’ 테스트.
3) 다음 문장을 완성해보시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a) 엄마 보고 싶다 b) 구급상자의 해열제나 종합감기약 먹어도 차도가 없을 땐 ‘응급 의료정보 제공’ 어플을 켜서 가까운 응급실을 찾는다 c) 걸어서 10분 거리에 사는 독신 친구에게 전화한다.
4) 조용히 한잔하고 싶은 날엔? a) 휴대전화 번호부를 두세 번 정독한 후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은데 술 한잔 할 사람이 없다니!” 하며 현대사회의 피상적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탄식한다 b) 단골 바에 간다 c) 그저께 한잔한 ‘베프’에게 전화한다.
5) 명절 연휴를 혼자 보낼 때면? a) 동네 중국집들이 동시에 쉬는 건 담합이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린 후 쫄쫄 굶는다. 역시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 생각한다 b) 조조 상영으로 개봉 영화를 본다. 의류 매장에 수선을 맡기고는 바빠서 못 찾은 재킷도 받아온다. c) 귀경길이 슬슬 막힐 때쯤 뻥 뚫린 반대 방향으로 1박2일 여행을 간다.
독신 생활은 ‘살림왕 콘테스트’가 아니므로 살림 능력으로 섣불리 삶의 질을 논할 순 없다(물론 살림에 능한 쪽이 낫긴 하다). 하지만 만약 모조리 a)로만 답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혼자 살기 힘들 테니 어서 반듯한 동거인을 구하라(죄 없는 부모님 댁에 도로 들어가 폐 끼치는 것도 포함된다)고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독신이든 결혼했든, 이왕 사는 거 즐겁게 살아야지.
일정한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은 게 여전히 ‘비정상’ 취급을 받는 한국 사회에서, 행복한 독신 생활을 담보하는 건 결국 온전한 독립뿐이다. 그러니 싱글들이여, 진짜 독립을 합시다. 그리고 기혼자들이여, 싱글들에게 좋은 소식 없느냐고 제발 좀 묻지 맙시다. 옛말에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