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샷!”

이승기씨(57·지체장애 1급)는 매주 목요일이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 있는 파크골프장으로 골프를 하러 나간다.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공원(park)에서 즐기는 골프(golf)다. 골프채의 헤드가 나무로 되어 있고, 일반 골프공보다 크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공을 이용한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골프회원권 대신 장비 대여를 포함해 5000원만 내면 된다. 장애인은 물론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사실 처음에는 나 같은 장애인이 무슨 골프냐 생각했죠. 그런데 한번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고. 요즘엔 목요일만 기다려요.”

ⓒ마포파크골프동호회노을공원에 있는 파크골프장에서 장애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1997년 교통사고를 겪기 전까지 이씨는 10여 년간 헬스를 하며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축구도 좋아해 주말이면 조기축구회에 나가 공을 찼다. 그러나 뺑소니 사고로 크게 다쳐 꼬박 3년을 병원에 있다 나오니 많은 게 달라졌다. 하루 한 번 집을 나와 휠체어로 아파트를 한 바퀴 도는 게 유일한 바깥 활동이었다. 뭐 하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한 나날이 계속됐다. 그렇게 몇 년을 집에서만 지내던 이씨가 장애인 단체를 통해 ‘론볼(lown bowling)’을 접하게 된 것은 2008년께. 론볼은 잔디 경기장에서 공을 굴리며 하는 대표적인 장애인 스포츠다.

“집에만 있다 운동하러 나가니까 얼마나 좋은지 한겨울에도 한강공원까지 휠체어를 끌고 나가 꼬박꼬박 운동을 했어요. 운동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니까 성격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겼죠.”

그러나 그런 즐거움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던 론볼 경기장이 망원동에서 잠실로 이전하면서 운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우연히 파크골프라는 걸 알게 되었다. 40대부터 70대 장애인까지 회원 20여 명과 ‘마파동’(마포파크골프동호회)이라는 모임도 만들고 서울파크골프협회에 선수 등록도 마쳤다. 열심히 운동해 나중에는 심판자격증도 딸 생각이다.

“겨울엔 실외 운동도 못하는데”

지난달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관한 ‘생활체육이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영로 교수(나사렛대 특수체육학과)는 “장애인의 신체활동 부족은 비만·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 등을 불러 생활습관병에 따른 2차 장애를 발생시킨다”라고 지적하고 “장애인들에게 생활체육은 체력 회복뿐 아니라 ‘사회 복귀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 역시 “운동을 통해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다”라고 말했다.

마포구에는 장애인 1만5000여 명이 산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은 장애아동 수영교실(연 20명 한정)과 게이트볼(두 곳) 정도가 고작이다. 최근 구청에서는 구민체육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여기에도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체육시설이 들어갈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이번 여름 유난히 길었던 더위로 파크골프 연습을 자주 할 수 없었던 마파동 회원들은 벌써부터 겨울이 걱정이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파크골프장이 휴장하기 때문이다.

“날씨에 상관없이 실내에서도 장애인들이 맘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탁구나 당구 등 비장애인이 할 수 있는 건 장애인도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기존 시설들은 접근 자체가 어렵거든요.”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기자명 오진아 (서울시 마포구의원·정의당)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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