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요일은 ‘9·11 사태’ 12주년이다. 이제는 손가락을 꼽아 헤아릴 수도 없이 여러 해가 지났지만, 9·11에 대한 분석과 인식은 테러, 미국과 중동이라는 국제정치의 시선에 머물러 있다. 그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9·11을 바라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도시 연구로 주목받는 사회학자 그레고리 스미스사이언의 〈9·12〉(글항아리)는 세계무역센터를 둘러싼 배터리파크시티가 9·11 이전에 어떻게 뉴욕의 대표적인 엘리트 지역으로 형성되었는지를 돌아보고, 9·11 이후 이 지역의 재건을 둘러싼 갈등과 조정 과정을 수년에 걸쳐 취재했다. 이 지역은 뉴욕 주의 광범위한 개발 프로젝트로, 호화로운 아파트와 금융지구 사무실·학교·미술관·상점 등이 가득한 성공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엘리트만을 위한 요새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마주한 9·11. 세계 자본을 통제할 요새로 설계된 완벽한 세계가 무너졌다. 더불어 이 공간은 이제 주민만의 배타적인 공간이 아니라 세계적인, 공공적인, 공개된 공간으로 변했다.

이곳에 사는 주민은 삶의 터전을 새로 꾸리는 한편, 여러 이유로 이곳을 드나들 외부인과의 관계, 지역의 사회적 맥락과 세계사적 역사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단적인 예가 추모비 건립인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면 추모비 건립은 당연한 일이고 문제가 없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는 이를 찾아오는 방문객이라는 실체적 존재를 끊임없이 마주하며 그날의 기억을 특정한 장소에 고정시키는 일이다. 9·11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이런 감각을 공유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기자명 박태근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인문·사회 MD)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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