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일 오전 11시, 서울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 영화감독 김조광수씨(48·왼쪽)가 “지난밤 솔직히 생각나는 대로 쓴” 편지를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모두에게 되물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결혼을 하려 하느냐고. 사랑하니까요. 더 필요한 게 있나요?” 김조 감독은 오는 9월7일, 8년간 만나왔던 김승환씨(29·오른쪽·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와 ‘당연한 결혼식’을 올린다. 국내 첫 동성 결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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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결혼식 계획 및 참석자 명단을 발표했다. 영화배우 예지원·소유진·연우진·김꽃비, 영화감독 봉준호·변영주·류승완·김태용, 국회의원 진선미·배재정·김재윤(이상 민주당) 등 1134명이 이미 하객 ‘예약’을 마쳤다. 결혼식 총연출은 이동연 문화연대 소장이 맡았다. 결혼식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를 물색 중이다. 공연과 뮤지컬이 어우러진 축제 형식으로 치를 예정이다.

“가부장제가 공고한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 동성애자의 공개 결혼이 던질 충격은 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충격에 머물지 않고 인식을 전환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동성애자의 공개 결혼을 시작으로 ‘다른 결혼’ ‘다른 삶’도 가능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문을 열고 싶다.”

결혼식 하객은 계속 ‘모집 중’이다. 사회운동을 위한 후원 사이트 소셜 펀치(socialfunch.org/0907marry)를 통해 받는 축의금은 성 소수자 커뮤니티인 ‘신나는 센터(가칭)’ 건립기금으로 쓸 예정이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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