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4일 “성재기, 내일 한강에 투신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이튿날 그는 실제로 투신했고, 사흘 만인 7월29일 숨진 채 발견되었다.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그 일련의 과정을 인터넷 뉴스와 트위터로 지켜보다 마음이 심란해졌다.

생전에 그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왜 다들 투신하면 제가 죽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중략) 돈 빌려달라는 소리를 덜 구차하게 하려고 이런 짓을 한다는 정도로만 봐주십시오” “내가 무식하고 유치해도 비겁하진 않다. (중략) 내 목숨 걸 테니 진정성 느껴지면 십시일반 1억 빌려달라는 나는, 그렇게 못나 보이더냐? 그래서 부끄러워서 뛴다잖아”와 같은 멘트를 보면 그는 목숨 걸 각오를 보이면 덜 부끄럽고 당당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 부분에서 윤리적 우월감을 확보하려 한 게 아닌가 싶다.

 
〈트라우마 한국사회〉(김태형 지음, 서해문집 펴냄)라는 책에 따르면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는 세 가지가 있다. 우월감 트라우마, 분단 트라우마, 변방 트라우마. 고 성재기씨는 ‘우월감 트라우마’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책에 따르면 병적으로 우월감을 추구하면서 우월감에서 삶의 기쁨을 찾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는 마음의 병이 우월감 트라우마이며,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 우월감을 추구하는 심리도 이에 포함된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인에게 우월감 트라우마가 유독 많이 발견되는 이유를 한국인의 평등주의적 지향성에서 찾고 있다. 고 성재기씨 죽음의 원인을 여성가족부에서 찾는 사람들을 보며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라는 이성복의 시 〈그날〉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기자명 김정희 (예스24 콘텐츠미디어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