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6월4일 치러질 지방선거가 출범 1년3개월이 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질지, 아니면 지리멸렬한 야권을 심판하고 안철수 신당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가 될지, 그것도 아니면 친노 정치인들이 부활하는 선거가 될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시사IN〉은 17개 광역시·도 단체장에 대한 다면평가를 통해 D-1년의 판세를 분석했다.

지방선거는 현직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통설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현직 단체장에 대한 재지지 의사나 행정능력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경우 호남을 중심으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하리라는 신호도 감지됐다. 재지지율이 높지 않은 단체장을 위협할 강력한 도전자들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시사IN〉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회에 걸쳐 내년 지방선거 구도를 집중 보도한다.

➊ 17개 광역단체장 경쟁력 비교, 수도권·영남권 가상 대결
❷ 안철수 신당 파괴력 점검, 호남·충청·강원·제주 지역 가상 대결
➌ 2014년 지방선거 다크호스, 풀뿌리 방담

 



조사 대상:전국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조사 기간:2013년 5월25~28일
표본수:최종 응답 8500명(17개 광역시·도별 각 500명)
표집 오차:95% 신뢰 수준 ±1.06%
표집 방법:인구 비례 무작위 추출
조사 방법:유선전화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전화조사
조사 기관:(주)리얼미터

 

 



1등은 김관용 경북도지사였고 꼴찌는 우근민 제주도지사였다. 〈시사IN〉이 내년 6월4일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실시한 17개 광역단체장 재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지자체마다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질문을 동일한 방식으로 물은 결과다.

이번 조사는 현직 단체장의 방어 능력을 가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래서 현직 단체장을 다시 지지할지를 가장 중요시했고, 시정·도정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를 그 다음으로 여겼다. 보통 광역단체장의 경우 국회의원과 달리 현직이 유리하기 마련인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재지지율이 낮게 나타났다. 시정·도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도 17개 광역단체장 평균이 49.0%에 그쳤다.

조사를 수행한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시정·도정 평가와 재신임 여부 모두 평균치 이상을 보여준 단체장은 김관용 경북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3명에 불과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 광역단체장에 대한 교체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고 자연스레 당내 공천 경쟁도 매우 치열하리라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안철수 신당 지지층이 현직 단체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을 많이 해서 내년 지방선거 때 안철수 신당이 중요 변수가 되리라는 점을 예고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직 단체장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 대비 다시 지지하겠다는 응답 비율을 바탕으로 ‘재지지 지수’를 산정해 순위를 정했다(재지지 지수는 정당 공천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다). 상위 그룹은 김관용-안희정-박원순 순이었고, 하위 그룹은 우근민-홍준표-김범일 순이었다. 중위 그룹에서는 염홍철·김문수·유한식 등 새누리당 단체장이, 강운태·최문순·이시종·송영길·김완주 등 민주당 단체장보다 재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아래 표 참조).

재지지도 1위를 차지한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경우 다시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5.2%이고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24.5%여서 재지지 지수가 1.84였다. 도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도 58.4%로 높은 수준이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부정 여론 적어

김관용 도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재지지 지수를 기록한 사람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다(재지지 42.3%, 비지지 25.4%, 재지지 지수 1.67). 이번 조사에서 충청 지역 유권자들은 대체로 현직 단체장을 후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안 지사가 다른 충청 지역 단체장과 비교해서 두드러진 점은 비토(거부)가 적다는 점이다. 도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12.6%로 매우 낮았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되어 재임 기간이 다른 단체장의 절반밖에 안 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조사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결과를 얻었다. 재지지 지수가 1.23으로 3위였는데(재지지 45.8%, 비지지 37.3%), 재지지율 자체는 3선 단체장들을 뺀 14개 시장·도지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재지지 비율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강북 지역이 강남 지역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았다.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동남부 지역뿐 아니라 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관악·동작 등 서남부 지역에서도 취약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박 시장의 과제로 꼽힌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37.3%)이나 시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28.2%)도 높은 편이어서 재선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염홍철·김문수·유한식, 새누리당 소속의 세 단체장은 민주당과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 비교적 긍정 평가를 받았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재지지 지수가 1.1을 기록했는데(재지지 34.5%, 비지지 31.5%), 대체로 동구·중구·서구 등 구시가지의 재지지율이 유성구·대덕구 등 신시가지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위험신호도 보인다. 안철수 신당 지지층에서 염 시장에 대한 재지지율이 매우 낮게 나왔다(19.0%).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재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자가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보다 많았지만(37.7% 대 35.3%), 몇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었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는 재지지율이 높았지만 경기 서부와 경기 남부 지방에서는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월등히 많았다. 염 시장과 마찬가지로 안철수 신당 지지층의 거부도 많았다.

도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9.4%로 전국 평균(49.0%)을 겨우 넘긴 수준이었지만, 김문수 도지사는 이보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부각된 점에 더 고무될 듯하다. 경기도에서는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25.0%를 얻어 문재인(18.2%), 안철수(18.5%)를 압도했다. 인천에서도 김 도지사가 문재인·안철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유한식 세종시장은 염홍철 대전시장과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재지지 지수 1.03(재지지 38.2%, 비지지 37.1%)은 염 시장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시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55.8%로, 51.8%인 염 시장보다 높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호남권 단체장 중에서는 가장 후한 평가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재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자가 36.5%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36.3%와 거의 비슷했다(재지지 지수 1.01). 민주당 단체장의 방어 능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철수 신당 지지층을 흡수하느냐 하는 것인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3분의 2 정도를 끌어들이는 데 비해 강운태 시장은 3분의 1밖에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용섭·강기정·천정배 등 당내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재선 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박원순 시장과 마찬가지로 보궐선거로 당선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번 조사에서 위험신호가 켜졌다. 재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이 33.4%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 33.2%와 거의 비슷했다(재지지 지수 1.01). 강원 북부 지역에서는 재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강원 남부 지역에서는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경우, 재지지율은 최문순 강원도지사보다 약간 낮게 나왔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처지다(재지지 32.7%, 비지지 32.7%, 재지지 지수 1). 도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55%로 높은 편인 데다 충북 전 지역에서 두루 호평을 받았다. 보통 민주당 단체장은 2040 세대에서는 우호적인 평가를 받지만 5060 세대에서는 뒤지는데, 이 지사는 전 세대에서 고루 지지를 받는다. 충북은 안철수 신당 지지세가 세지 않은 데다 이 도지사가 지지층을 고루 흡수하고 있어서 큰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 보인다. 새누리당 후보로 이미 충북도지사를 지낸 바 있는 정우택 의원이 나서지만 않는다면 방어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송영길·최문순 ‘빨간불’

 

 

 

 

송영길 인천시장은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조사에서 적신호가 켜진 단체장이다. 일단 재지지 지수가 1.0 이하로 나왔다(재지지 37.9%, 비지지 39.4%). 시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도 44.1%에 그쳤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은 박상은·이학재·윤상현 등 예비후보군이 탄탄한 편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위험신호는 더 선명하다. 일단 여성 유권자들의 평가가 박했다. 남성은 재지지율이 43.8%였지만 여성은 재지지율이 고작 31.9%였다. 생활정치에 소홀했다는 의미다. 20대에서도 5060 세대와 비슷하게 거부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소통을 활발히 하지 않았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안철수 신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를 흡수하는 비율도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전체적으로 강운태 광주시장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수가 조금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재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5.3%로, 안 하겠다는 응답 38.5%보다 낮았다. 도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도 49.1%에 그쳤다. 특히 전주·익산·군산 등 도시 지역에서 평가가 낮게 나왔다.

김 지사가 위안을 삼을 부분이 있다면 민주당 내 경쟁자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성격의 거부층 때문에 안철수 신당에서 후보를 낸다면 험난한 승부가 예고된다.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큰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지지세가 크다는 점도 변수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함께 부정 평가가 많은 새누리당 단체장이다. 재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자(27.6%)보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자(40%)가 월등히 많았다. 시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도 40.8%에 불과했다. 위험신호이기는 하지만 새누리당 내 뚜렷한 경쟁 후보가 없고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워낙 강한 지역이라 공천에 성공하면 3선 가도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우근민·홍준표, 부정 평가가 더 우세 

가장 최근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새누리당 단체장 가운데 가장 안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재지지하겠다는 응답이 29.6%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 45.5%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도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도 35.2%로, 부정 평가(39.0%)보다 낮았는데, 이 지역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70.0%)의 딱 절반 수준이었다. 17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낮은 단체장은 홍준표 도지사와 우근민 제주도지사 둘뿐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경남도청이 위치한 통합창원시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여성 유권자들의 거부도 컸다. 남성층에서는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재지지 응답보다 10%포인트 정도 많은 데 비해 여성층에서는 20%포인트 이상 많았다. 진주의료원 폐쇄 등 복지 분야에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여성 유권자층의 거부를 이끌어내는 요인으로 보인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이번 여론조사의 명백한 꼴찌다. 재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8.0%인 반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과반(55.6%)을 돌파했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지지하겠다는 응답자의 3배 이상 되는 것이다. 도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30.3%)도 부정 평가(43.3%)보다 낮았는데, 도정 평가 역시 17개 광역시·도 중 꼴찌였다.

이번이 임기 마지막 해인 3선 광역단체장(부산·울산·전남)은 재지지 여부를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시정·도정 수행능력 평가에 관한 조사만 했는데 3선 단체장 중에서 박맹우 울산시장은 확실히 명예로운 퇴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박맹우 시장의 시정에 대한 평가는 긍정 평가가 78.8%로 부정 평가(10.9%)보다 월등히 높았다. 박준영 전남도지사(40.7%)와 허남식 부산시장(39.7%)은 평균 이하였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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