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아 이번 호부터 ‘한 컷, 그림책’ 코너를 연재한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 함께 보아도 좋을 만큼 빼어난 그림책을 소개한다. 첫 작품은 소윤경 작가의 〈레스토랑 Sal〉이다. 이와  함께 〈책 놀이 책〉의 저자 오승주씨가 쓰는 ‘아이랑 책이랑 놀자’도 싣는다. 책을 통해 부모가 아이와 함께 뒹굴며 소통하는 방법을 전해줄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칭찬 놀이’다.

지연이(8세 여아, 가명)는 〈책 먹는 여우〉(주니어김영사 펴냄)를 읽다가 이렇게 말한다.
“나도 여우 아저씨처럼 마술펜이 있다면 그림을 잘 그릴 텐데.”
아래 두 부모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경우인가?
“그건 여우 아저씨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지, 마술펜 같은 것은 없단다.”(부모 1)
“우리 딸이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가 보구나. 엄마랑 같이 그림 그려볼까?”(부모 2)

위의 두 부모는 모두 자식에 대한 선의와 사랑, 열정이 가득하다. 그런데 아이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부모 1의 경우 ‘완곡하게 억누르는’ 방식이므로 아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출 위험이 크다. 지적을 받게 되면 다 큰 어른도 주춤하게 되는데 아이는 오죽할까? 아이와 부모가 친해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부모가 부모 중심으로 아이를 대할 때다. 자신이 자기중심적인 부모인지, 아이 중심적인 부모인지 알아보려면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면 된다.

아이와 이야기할 때 ‘필요와 목적’에 의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는가. 아이를 올바르게 가르치려는 신념이 강해서 아이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숨 막히게 하지 않았는가. 또는 아이에게 “엄마(아빠)는 내가 잘하는 점은 보지도 않고 꼭 못하는 것만 가지고 뭐라고 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가. 그렇다면 아이와의 관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책 읽기 지도를 위해 부모들을 처음 만나서 아이 이야기를 해보라 하면,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요약하는 걸 힘들어하고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해요” “엄마가 골라준 것만 읽고, 스스로 책을 골라서 먼저 읽어달라고 하는 법이 없어요” “감상이 두 줄 정도밖에 안 나와요” 따위다. 이런 부모들에게는 일부러 “그럼 아이의 장점은 뭔가요?” 하고 질문한다. 부모들은 대답을 찾으려고 애를 먹는다.

아이와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부모들은 물론이고 아이와 책을 읽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게 건네는 제안은 ‘칭찬’이다. 아예 칭찬을 ‘마음 열기 놀이’로 선정해 필자가 하는 독서 교육 프로그램의 맨 앞에 두었을 뿐 아니라, 모든 독서 활동의 말미에 ‘칭찬하기 칸’을 삽입했다. 처음에는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도대체 칭찬할 점이 없는데 무슨 칭찬을 하라는 거냐”가 주된 내용이었다. 나는 그럴 때일수록 더욱 강력하게 칭찬을 요구했고, 아예 대신 칭찬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한동안 시간이 지나면 부모들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책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이 ‘칭찬 항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감사 인사는 “아이를 다시 사랑스러운 눈길로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였다.

칭찬 놀이의 방법은 간단하다. 서로에게 칭찬할 점, 자기 자신에게 칭찬할 점, 독서 활동에 대한 칭찬 댓글 등을 늘어놓으면 된다. 이렇게 ‘칭찬’이라는 목표를 정해놓으면 부모들은 칭찬할 내용을 찾기 위해 아이를 세심히 관찰하게 된다. 관찰을 하다 보면 예전에 못마땅했던 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다. (속았다 치고) 한 달만 아이 칭찬에 매달린다면 분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기자명 오승주(〈책 놀이 책〉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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