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A는 학교 방송국 보도국원이었다. 학과 구조조정, 절대평가 폐지 등 학교에 비판적인 보도 아이템을 내면 주간 교수는 늘 물었다. “그걸 왜 학생들이 알아야 하나?” 그렇게 잘린 뉴스들을 모아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었다. 제목은 ‘몰라도 되는 뉴스’. 학생 A는 방송사에서 해직당했다.

학내 방송국 국장으로 활동하던 학생 B도 방송국을 나와야 했다. 국민대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사실과 관련한 보도물을 만들면서 ‘감히’ 학교에서 잘린 시간강사의 코멘트를 땄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시기 학보사 기자 C는 사표를 내고 편집국을 나왔다. 문대성 의원 논문 표절 의혹 사건 등 학내외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마다 학보사 기자들의 기사가 철저히 검열당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해직’ 혹은 ‘사직’ 기자 A, B, C는 다른 언론 매체를 만들었다. 바로 지난해 9월 창간한 국민대 자치언론 〈국민저널〉이다.


A, B, C 학생만 모였다면 딱 ‘좌파 집단’ 소리를 듣기에 알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저널〉에는 새누리당에서 활동하는 학생도 ‘간부급으로’ 합류했다. 민주통합당·진보신당·녹색당 지지자도 섞여 있다. 정치색 없이 그저 모임이 재밌어서 참여한 학생도 있고, 교직 이수 수업에서 만난 학점 3.9점 이상의 ‘범생이’도 있다. 이 짬뽕 같은 집단 〈국민저널〉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단 하나의 가치는 바로 ‘대학언론의 편집권 독립’이다.

창간 멤버들의 사비로 시작된 타블로이드 8면 격주간 신문 〈국민저널〉은 지난해 2학기 내내 매호 2000부씩을 꼬박꼬박 발행됐다. 소식을 접한 동문과 학우들의 후원금 덕분이었다. 하지만 〈국민저널〉에는 아직 ‘안티 팬’이 더 많다. 학내 비정규직 교원 문제,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학교 법인의 수익사업 등 민감한 사안만 보도하니 학교 어르신들에게 사랑받을 턱이 없다.

학교 법인은 물론 총학생회도 비판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에게도 사사건건 비판의 잣대를 갖다 대니 학생 사회에서도 큰 인기가 없단다. 〈국민저널〉 문수훈 편집위원장은 “우리는 교수도 교직원도 학생도 아닌, ‘국민대학교’라는 모교를 위한 독립 매체를 지향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저널〉이 힘을 쏟은 또 다른 일은 대학언론인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캠프를 통해 마련한 ‘대학언론인과의 타운홀 미팅(간담회)’이 그 결과물이다. 문수훈 편집위원장과 박동우 취재부장은 당시 전국 200여 개 대학언론 매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학언론인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그렇게 대선 후보 간담회를 빙자해 대학언론인들을 모은 자리에서 이들은 전체 대학언론 연대 기구 발족을 제안했지만 총의는 쉽게 모이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학내 언론의 자유를 얻으려면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 말고는 길이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은 편집국 독립과 대학언론 연대에 관한 패기와 열정을 높이 사 〈국민저널〉을 제4회 대학기자상 특별상 수상 매체로 선정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