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대담이 끝나고 다른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빼는 표창원 전 교수를 보며 〈시사IN〉 편집국이 있는 건물의 60대 경비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경찰대 교수였다고 기자가 귀띔하자, 그는 “아, 표창원!”이라고 외쳤다. 이 정도면 ‘라이징 스타’급 유명세다.

사회부 사건기자 사이에서 알아주던 프로파일러는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이제 전 국민이 알아보는 ‘힐링의 아이콘’이 되었다. 대신 안정된 국립대 교수 자리는 내놓았다. 백수 신세지만 전보다 더 바빠졌다. 〈시사IN〉과 만난 1월16일 하루만도 인터뷰 5개가 잡혀 있었다.

한 달 사이 몸무게가 5㎏ 정도 빠진 것 같다는 표 전 교수는 올 연말까지 계획이 빼곡했다. 당장 종편인 JTBC에서 그의 이름을 내건 시사뉴스쇼를 진행하고 〈한겨레〉에 매주 한 면씩 ‘표창원의 정의’라는 글을 기고한다. 1월18일 대구 경북대를 시작으로 매달 한 차례씩 국내외에서 강연도 한다. 강의의 주제는 ‘정의’다.

 

 

백혜련 변호사

단발머리에 운동화를 신은 백혜련 변호사는 경기도 안산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시사IN〉 편집국에 왔다. 다단계 사기꾼에게 돈을 받은 부장검사 등의 검찰 이미지가 강력했던 까닭일까. 검찰 출신 변호사의 단출함이 눈에 띄었다.

2011년 11월 당시 백혜련 대구지검 수석검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직을 떠나며 내부 게시판에 정치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검찰 개혁에 대한 포부를 갖고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지난 19대 총선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3표 차이로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졌다.

그녀는 2007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서 근무할 때, 재개발 현장의 단순 투서를 추적해 삼성물산의 재개발 비리를 파헤쳤다. 백 검사는 압수수색 영장 두 장을 가지고 직접 삼성물산 본사를 찾았다. 어렵게 전산실을 압수수색해 비리 입증 자료를 확보했지만 법정에서 삼성이 디지털 증거 능력을 문제 삼으면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무죄가 났지만, 재개발 사업의 경종을 울린 수사였다.


두 사람은 닮았다. 학번이 같다. 표창원 전 교수는 경찰대 85학번(5기)이다. 백혜련 변호사는 고려대 87학번이지만, 다른 대학에 1985년에 입학했다. 같은 시대에 대학을 다닌 동년배다. 둘 다 MB 시대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했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을 계기로 경찰대 교수를 그만두었다. 백 변호사는 검찰의 중립성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사표를 던졌다. MB 시대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두 사람이 살아온 길은 달랐다. 표 전 교수는 경북 포항이 고향이다. 영남이다. 백 변호사는 전남 장흥이 고향이다. 호남이다. 표 전 교수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한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일선 시위진압에 나섰다. 한번은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코뼈가 함몰되기도 했다. 백 변호사는 검사 임용 면접 때 노동운동을 했다고 실토할 만큼 알아주는 운동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안산 노동현장에 투신했다. 남편도 노동운동을 하다 만났다. 결혼 뒤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2000년 검사로 임관했다.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또 닮은 구석이 있다. 시대와의 교감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찰대 학생 시절 표 전 교수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을 보면서 경찰대 동기들과 고민을 나눴다. 당시 5기생들은 대표 다섯 명을 뽑아, 각계 인사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표 전 교수도 대표로 뽑혔다. 그는 가톨릭 신자여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 고민의 흔적이었는지 경찰대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로 제주도를 택했다. 아무 연고도 없었지만 그나마 시위 진압이 덜한 곳을 택했다. 이번 사표를 두고도 동기생 사이에서는 ‘표창원답다’는 반응이 많았고 한다.

1월16일 두 사람이 〈시사IN〉 편집국에서 처음 만났다. 동병상련을 느껴서인지, 초면인데도 낯설어하지 않고 쉽게 토론에 빠져들었다.


사표의 계기가 된 글을 썼을 때 주변 반응은?

표창원(표):‘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한 글을 처음 올리자 전화기가 불이 났다. 안 받았다. 무슨 말하려는지 뻔했으니까. 경찰에서 제일 잘나가는 경찰대 동기의 전화도 안 받았다. 나 때문에 승진 못한다는 소리 들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이후에 만났을 때 섭섭했냐고 물으니 욕을 하더라(웃음). 그래도 설명하니까 다 이해했다. 내가 사심이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까. 그런데 직접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고위직 선배들은 상당히 불쾌해한다고 들었다.

굳이 사표까지 던져야 했는가라는 반응도 있던데, 당장 백수 대책은?

:먹고살 걱정은 안 한다. 지금 출연하는 방송이 있고, 사표 쓴 이후에 더 요청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정치 안 하냐고 자꾸 물어본다. 권력의 압력으로 줄줄이 잘려서, 정말로 정치 아니고 할 게 없으면 할 수도 있다(웃음).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백 변호사는 2011년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렸을 때 내부 반응이 어땠나?

백혜련(백):사표 쓸 생각을 하고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신뢰가 무너지는 걸 느끼면서 검사로서 자부심이 무너졌다. 그런 내용을 담았다.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따로 격려의 문자를 받았다. 한 선배 검사는 미안하다는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지나 언론에 보도되면서 내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더라.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나도 일주일 동안 전화를 꺼놓았다. 검찰 밖의 반응을 보면서 내 생각보다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구나 싶었다. 사표를 쓰면서 정치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봤는데 오히려 글 올린 파장 때문에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총선 때 출마 제안을 받았다. 들어와서 검찰 개혁을 하라고. 고민하며 주변에 조언을 얻었는데 의외로 들어가라는 쪽이 많았다. 반대할 줄 알았는데, 지금이 검찰 개혁을 할 시기라는 지적이었다.

 

 

 

 

사표 얘기를 하다보면 이명박 정부 검·경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수사를 꼽자면?

:일반 형사 사건에서 초기 수사가 부실하면 아쉽다. 강자에게 약하고 일반인에게 적극 수사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 직원의 불법 의혹 사건은 경찰의 조사가 너무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 수사를 다 해보지 않고 의혹을 남겨둔 채, 중단하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도 꼽을 수 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경찰 진압 원칙이라는 측면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많다. 특히 용산이 그렇다. 경찰의 존립 목적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철거민의) 화염병 투척 등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게 생명의 위협을 부르는 작전을 진행할 근거가 되겠나? 비례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당시 투입된 특공대는 세계 경찰 특공대회 나가서도 1등을 한 최고 실력의  정예부대다. 진압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현장 경찰의 잘못이 아니라면 당시 투입 작전이 무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럼 왜 무리한 작전이 이뤄졌는지 봐야 한다. 이것이 정치적 행위였는지 단순한 작전상 행위였는지는 밝혀져야 한다. 

:검찰 수사 중에 잘못한 사건이 너무 많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PD 수첩〉 기소다. 법정에서 무죄가 난 사건이라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원래 수사팀이 기소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수뇌부가 수사팀을 교체해서 기소했다. 내가 검사 생활하면서 수사팀을 교체해 기소한 사건은 처음 봤다. 청와대를 의식한 ‘코드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가 〈PD 수첩〉이다.


백 변호사가 전례가 없다고 지적한 〈PD 수첩〉 기소는 MB 시대 검사의 극과 극을 보여준다. 2008년 4월 MBC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두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검찰 지휘라인은 서울중앙지검 최교일 1차장에 임수빈 형사2부장이었다. 수사를 담당한 임 부장검사는 무혐의 의견을 내 지휘부와 마찰을 빚었다. 2008년 12월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며 결국 옷을 벗었다. 이례적으로 수사팀 전체가 바뀌면서 전현준 형사6부장이 다시 사건을 맡았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났다. 하지만 전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박근혜 당선자의 경찰과 검찰 공약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경찰 부분은 개혁보다는 보탬을 주려는 인상이 강하다. 경찰 인원을 매년 4000명씩 2만명 늘린다거나, 경찰의 오랜 숙원인 수사권을 분리하겠다는 등 일단 경찰은 검찰에 비해 그동안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개혁 부분은 빠져 있다. 그렇다고 개혁이 필요하지 않느냐. 아니다. 검찰 못지않게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 경찰이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되어 있고 모든 권한이 경찰청장에게 집중되다보니, 정치권력이 경찰에 영향을 미치려 하면 전국 조직이 방대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 서울경찰청장이 지시해 한밤중에 국정원 사건 중간발표를 한 경우가 그렇다. 현재 인수위에서 나오는 유일한 개혁안은 경찰대학 정원을 줄이고 일선 경찰을 경찰대학에 편입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경찰대 졸업생이자 교수이기도 했지만 경찰대 제도가 경찰의 민주화나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찰대학이 경찰 개혁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일선 경찰도 반기지 않는다. 또 하나의 엘리트주의를 만들지 않느냐는 우려에서다.

표 전 교수는 새누리당으로부터 경찰 공약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국립대 교수 신분이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원칙이라며 거절했다. 대선을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던 표 전 교수는 한 컷의 사진을 보고 자신의 원칙을 다시금 떠올렸다. 대선을 사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의 집 문에 몸을 기대고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모습은 경찰 공권력이 무너진 상징처럼 보였다. 공무원(국립대 교수) 신분을 유지한 채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발언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표를 던졌다.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감찰관제를 신설하고 상설특검을 만들겠다는 박 당선자의 검찰 개혁안은 문재인 후보의 그것보다는 부족하다. 그래도 박 당선자의 공약이나마 제대로 지켜진다면 검찰 개혁이 진일보한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실행이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안은 선거 막판에 들고 나왔다. 박근혜 캠프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 끝까지 반대했지만 연이어 터지는 검찰 비리 때문에 박근혜 당시 후보가 내놓은 개혁안이었다. 그 외에는 명확한 내용이 없다.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이 어떻게 구성되고 시스템화하는 건지 아직 불명확하다.


백혜련 변호사는 문재인 캠프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검찰 공약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그 과정에서 이견도 냈다. 수사권 조정 부분이다. 백 변호사는 검찰 개혁의 한 축으로 수사권을 경찰에 전부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내부 개혁이 전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권을 이양하면 ‘경찰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경찰과 검찰 사이 수사권 조정도 검·경 개혁의 핵심 화두다. 

:박 당선자 공약집에는 ‘합리적인 분점’이라고만 나와 있어 모호하다. 경찰·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개혁은 임기 초기에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 가능한 작업이다.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초기에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해서다. 박 당선자의 수사권 분점 공약도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게 뭔지 논의만 하다 결국 흐지부지될까봐 걱정이다.

:수사권이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다. 수사는 서비스여야 한다. 권한으로 여기면 누가 갖느냐를 놓고 싸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더 똑똑한 사람이 가져야 하느냐,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느냐 답을 찾기 힘든 논쟁으로 들어간다. 경찰뿐 아니라 관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수사를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에서도 수사권 가지고 싸우는 경우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리되어야 한다. 물론 검찰의 수사도 필요하다. 고도의 법적 해석력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기획수사나 경제·정치 사건이 있다. 별도의 수사 기관을 미국의 FBI처럼 만들면 된다. 경찰 또한 수사를 행하는 다양한 권한을 가지는 대신, 민주적 통제와 분권화라는 견제 장치를 가져야 한다. 이런 논의가 검·경 수사권 논쟁의 정답이라고 보면, 박근혜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나 인수위가 제시하는 내용은 정답과 거리가 멀다.

:수사권을 서비스로 접근하는 관점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수사권은 굉장히 강력한 권한이다. 통제가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논의에는 통제와 분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검찰이 수사권을 다 가지는 것도, 경찰이 수사권을 다 가지는 것도 문제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 무엇인가?

:지금은 문재인 캠프가 초기에 내걸었던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권을 주고, 부패범죄 같은 중대사건은 검찰에게 수사권을 주는 정도라고 본다. 결국 인수위도 이 정도 선에서 타협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또 남는 문제가 수사 지휘권·종결권이다. 지금 상태에서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까지 주는 건 무리다. 다만, 김광준 검사 사건처럼 경찰이 하던 수사를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서 중간에 빼앗아가는 건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에 대해선 합리적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일선 실무에서 사건은 생물과 같다고 한다. 처음에 경미해 보이지만 실제로 엄청날 수도 있다. 단순 절도로 보였던 사건이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안이 되기도 한다. 기계적으로 경찰은 경미한 사건, 검찰은 중대사건으로 나눠서는 안 된다. 또 수사 지휘권과 종결권에서 중요한 건, 검사와 관련한 사건이나 검찰이 좀 더 정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사건이다. 검사가 수사·기소권을 다 가지면 진실을 밝혀낼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검찰 권력을 제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직자수사비리처 설치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사실상 또 한번 좌절되었다. 박 당선자는 검찰 권력을 제한할 방법으로 중수부를 폐지하고 각급 검찰청으로 직접 수사기능을 옮기는 방안을 냈다. 그런데 벌써 중수부를 살리는 대신 직접 수사 기능만 없애고 수사 지휘권은 두자고 대검이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검찰 개혁에 대해서조차 검찰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중수부의 폐단은 검찰총장 하명에 의한 수사였다. 정권과 결탁한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수사 지휘 기능을 가진다는 건 수사권을 갖는 것과 같은 말이다. 대검에서 직접 하냐, 나눠서 하냐는 차이뿐이다. 오히려 정말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 여론이 좀 더 중앙집권적으로, 효율적으로 수사하라는 쪽으로 쏠리면 중수부의 수사권은 부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 이런 점에서 윤대해 전 검사의 문자는 주목할 만하다. 윤 전 검사는 문자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수사권 문제는 없어지고 공수처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예언이 현실로 되고 있다. 공수처 역시 검·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정상적인 수사 절차를 피하거나 무력화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사실, 경찰 중에서도 수사권을 가져오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분도 있다. 경찰대 출신 엘리트에게나 좋은 일이라고 보거나,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이 분리되면서 힘이 더 약해질 거라고 보는 시각도 일부 있다. 

중수부 폐지에 대한 검사들의 반응은?

:간부급은 반대한다. 일선 검사 중에서는 폐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의견이 위로 잘 전달되지 않을 뿐이다. 실제 일선 지청에서 평검사들이 토론을 하면 중수부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다. 이것을 기획 검사가 정리해서 위(대검)에 보고할 때 다 찬성하는 걸로 보고된다. 다만 대검 중수부가 그렇게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수사를 했느냐에 대해서는 평검사도 국민이 검찰에 가지는 시각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특히 형사부에는 묵묵히 일하는 검사가 많다. 몇몇 비리·성추문 사건 등으로 다 같이 매도당한다. 물론 일련의 사건을 보면 검찰 스스로도 이제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국가기구의 관점에서는 검찰 권력을 통제할 기구가 절실하다.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했지만, 두 사람은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애정이 여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둘은 상대의 말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표 전 교수는 검찰의, 백 변호사는 경찰의 권력화 부분을 먼저 걱정했다. 대담이 막판에 치닫자 두 사람의 화두는 다시 희망이었다. MB 정부에서 좌절했고, 이번 선거 결과가 마음에 차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검찰 개혁 문제가 이번 대선의 전면에 나온  자체가 국민 여론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검찰개혁 문제도 결국 국민이 계속 관심을 가져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박근혜가 당선되었으니 이제 끝이다’ 이렇게 포기 하지 말고 계속 지켜봤으면 좋겠다.

:맞다. 내가 경찰대에 다닐 때 대선이 있었는데, 기숙사 담당하던 분이 학생들을 불러모아놓고 “아무래도 변화보단 안정 아니냐”라고 넌지시 말했다. 누굴 드러내놓고 지지한 건 아니지만, 야당 캐치프레이즈는 변화였고 여당은 안정이었으니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이었다. 전두환 시절에는 아예 봉투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것에 비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온 성과는 쉽게 좌절할 만한 것이 아니다.

 

 

 

 

 

기자명 고제규·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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