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인생을 알려주는 방법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한 건 야권 후보들의 ‘아름다운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것만큼이나 애석한 일이다. 톰 행크스와 샌드라 불럭이 주연하고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오른 이 작품을 이렇게라도 소개할 기회가 생겨 천만다행이다.

이야기는 9·11 테러가 일어난 지 1년 후 시점에서 시작한다. 많은 이가 가족을 잃은 1년 전 그날, 주인공 오스카도 아빠를 잃었다. 하필 그 시각에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던 아빠는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 집 자동응답기에 메시지 6개를 남겼다. 전화 좀 받으라는 독촉, 그리고 모두 잘 있으라는 작별인사. 많은 희생자들처럼 아빠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고, 그날 그 시각, 그 건물에 아빠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증거는 메시지 6개가 전부. 그래서 아이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아빠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슬픔에 잠겨 있던 어느 날, 아빠 옷장에서 우연히 열쇠를 발견한다. 열쇠가 든 봉투에는 ‘블랙(black)’이라고만 쓰여 있다. 분명 아빠를 잘 아는 사람의 이름일 거라 믿는 오스카는 뉴욕 시 전화번호부를 뒤져 ‘black’이라는 성을 가진 472명의 주소를 알아내고, 한 명 한 명 그들을 만나 아빠에 대해 묻는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아빠를 안다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오스카에게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비극을 함께 경험한 뉴욕의 생존자들이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힘을 얻기 시작하는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를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 작품이다. DVD로 출시됐고 IPTV로도 볼 수 있다.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어이 모든 어른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영화. 배우들의 사려 깊은 연기와 감독의 내공 있는 연출이 함께 만들어낸, 엄청나게 찡하고 믿을 수 없게 짠한 이야기. 올해가 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꼭 한 번 챙겨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다.

기자명 김세윤 (방송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