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의 누군가가 말했다. “손석희 교수, 1인 시대네.”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을 묻는 조사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결과가 그렇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손석희 교수(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꼽은 이(17.4%)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방송인 김제동씨(1.1%), 주진우 〈시사IN〉 기자(0.9%), 방송인 백지연씨(0.8%), 채널A 〈쾌도난마〉 진행자 박종진씨(0.8%) 등이 순위에 올랐으나 1위와 격차가 현저했다. 2007년부터 네 차례 조사를 했는데, 매번 손 교수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꼽혔다.

그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시선집중〉)은 KBS 〈뉴스9〉(21.2%)에 이어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2위(6.6%)에 오르기도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10위권 안에 든 것은 이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10월10일 오전 10시. 손 교수를 서울 여의도 MBC에서 만났다. 방송 제작진과 막 회의를 마친 직후였다.

 

ⓒ시사IN 이명익손석희 교수(사진)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네 차례 연속 꼽혔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꼽혔다.
감사한 일이다. 신뢰도라고 하면 ‘믿어준다’는 말씀이니까 고맙다. 매년 선정을 해주시니까 이제 좀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보다 부담스러워졌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보니, 신뢰하는 사람이 없거나 모른다고 대답한 사람이 절반이 넘었는데(66.8%),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더 중시해야 할 것 같다. 언론이 그만큼 신뢰를 못 얻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불신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를 찾는 게 언론으로선 더 중요하다.

언론의 신뢰도가 점점 낮아지고 불신도는 높아지고 있다. 언젠가 ‘반인반수(반은 방송인, 반은 교수)’라고 말했는데, ‘반인반수’의 처지에서 분석하자면(웃음)?
제도권 언론 밖의 SNS나 팟캐스트 같은, 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여러 미디어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기존 미디어보다 많은 정보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이 과거 매스미디어처럼 일방향으로 받는 메시지보다 자기들이 구축해놓은 네트워크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것은 아닌가. 전통적 방식의 매스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조사라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또 최근 들어 기존 미디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방송의 신뢰도가 일정 부분 떨어진 측면이 있다.

2000년에 〈시선집중〉을 시작하고, 2002년부터 〈100분 토론〉을 진행하면서 밤샘도 많이 했다고 했는데, 〈시선집중〉만 하는 요즘 일과는?
그때는 죽음이었다(웃음). 새벽 방송하고, 밤에 〈100분 토론〉 하는 건 일주일에 한 번씩 미국을 다녀오는 것이라고 농담했다. 시차 적응한다고. 〈100분 토론〉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여유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아침에 4시50분에 일어난다. 일요일 아침에 방송이 없어서 토요일 밤에는 일부러 늦게 자려 한다. 보통 밤 11시에 자는데, 토요일엔 한두 시 정도에. (매일 일찍 자는 게) 좀 억울해서(웃음). 그런데 습관이 돼서인지, 일어나는 시간은 같다. 오전에 방송하고 회의하면 11시. 학교에서 수업하고, 주말에는 수업 준비하고. 제작진은 하루 종일 방송할 내용을 찾는 상황이다. 찾은 내용을 방송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다보면 스태프진이 일 마치는 시각이 밤 10시 정도 된다. 제작진이 헌신적이다. 거의 자기 생활이 없다. 방송 스크립트가 나오면 가감을 해야 하고. ‘반인반수’라고 한 건 방송이나 학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방송도 일이고, 학생과 만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직접 섭외도 하는가?
내가 섭외를 하고, 내가 질문한다는 게 구조상 맞지 않는 것 같다. 거의 안 한다.

〈시선집중〉에서 진행자의 질문이 공격적이라고들 말한다.
기본적으로 궁금한 것을 묻는다. 궁금한 걸 물었는데 궁금증이 안 풀리면 질문을 더 할 수밖에 없다. 청취자가 듣기에 내 질문이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근거 없이 질문을 막 한다던가, 그런 거는 내가 못한다. 직업적으로도 그렇고, 천성적으로도 그렇다. 답변도 그렇게 논리적으로 나와야만 서로 속이 시원하다. 가장 좋은 인터뷰는 청취자가 이게 궁금한데 할 때 진행자가 바로 물어봐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답변이 속 시원하게 나오면 인터뷰어, 인터뷰이, 청취자 3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상황이 된다. 그게 가장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시선집중〉은 공론의 장이다. 정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만 비판할 수 없다. 그래서 전방위로 비판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양쪽으로부터 화살이 오곤 한다. 칭찬보다 야단을 더 많이 맞는다. 시사 프로 인터뷰어로선, 팔자다(웃음). 야권의 어느 유력 정치인은 8년 전인가 한 번 출연하고 그 이후에 다시 안 나온다. 기분이 안 좋았던지. ‘무슨 일이 있어도, 손석희와 인터뷰 안 한다’고 했다더라(웃음).

이번에 EBS에서 하는 프로그램 〈킹메이커〉 진행을 한다.
10월29일부터 31일까지 세 번 방송하는 다큐프라임 3부작이다. 미국과 러시아 대선을 중심으로 캠프의 선거 전략을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진행을 맡았다. 우리는 중도주의라는 것을 좋아하는데, 스스로 중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뇌파 검사도 하고 그런다. 대선 앞두고 참고할 만한 게 많은 프로그램이다. 제안이 와서 일주일 고민했다. 우리가 매일 미디어 정치를 접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재미있게 나도 달려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미 했다. 방송사 동기가 동물 다큐멘터리 〈라이언 퀸〉을 만들었는데, 그때 내레이션을 했다. 그런데 운도 없는 게, 그 다음 주에 〈아마존의 눈물〉을 하는 바람에 묻혀버렸다. 억울하다. 모처럼 내레이션을 했는데(웃음).

토론 프로그램은?
하자는 사람도 없고(웃음). 해보고 싶은 거, 그런 건 없다. 〈시선집중〉에 대한 책임감이나 무게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전해 듣고, ‘내가 더 신중해져야겠구나’ 싶었다.  학교 일도 많고. 지금도 버거워서 다른 걸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새벽에 방송하고 학교 수업하고,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이렇게 말하면 워커홀릭처럼 보일 텐데, 일하면서 푼다. 방송이 잘되었다 싶으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없다. 제작팀과 조조 영화를 보고 그런다. 주로 폭력·액션 영화를 본다(웃음).

 

 

 

기자명 차형석 기자·정리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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